스키장 불이 꺼졌다. 24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스키장, 눈썰매장, 스케이트장 등 '겨울스포츠시설 집합금지' 조치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4일부터 전국 스키장 16개소, 빙상장 35개소, 눈썰매장 128개소가 강제로 문을 닫았다. 최소 11일 동안 겨울 스포츠의 꽃 스키를 즐기지 못하게 됐다.
방역 당국은 “최근 강원도 스키장에서의 집단 감염 발생과 연휴 기간에 스키장 등 겨울스포츠시설 이용을 위한 관광·여행 수요 증가로 인한 감염 위험 증가를 고려한 조치”라고 밝혔다.
연말연시가 최대 성수기인데 영업을 할 수 없게 되자 한국스키장경영협회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1990년 설립된 한국스키장경영협회는 용평리조트·엘리시안강촌·비발디파크 등 전국 16개 스키장이 모인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단체다.
협회는 22일 '스키장 운영 중단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공식 입장문을 발표해 “실외 스포츠인 스키장 운영중단 조치는 사회 및 지역경제를 무너뜨리는 섣부른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숙박시설, 백화점, 대형마트가 발열체크 및 거리두기만으로 이용이 가능한 것처럼 스키장도 운영하되, 스키장(운영)은 각 지방자치단체장 재량에 맞춰서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신달순 한국스키장경영협회장은 22일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스키장에서 확진자 감염은 현재까지 한 명도 없었는데 위험하다고 문을 닫으란다”며 “스키장 내 영세 상인들, 지역 영세 상인들, 아르바이트 청년들. 가슴 아프고 안타깝다”고 호소했다.
이어 신 협회장은 “그 동안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고 스키장이 청정(지역)이라 자만할 수 없지만 더 열심히 방역했다”며 “'왜 스키장만?'이란 생각에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의 연말연시 특별방역 지침에 따르면 리조트, 호텔, 게스트하우스 등 숙박 시설은 객실의 50% 이내에서 운영할 수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는 시음·시식·견본품 사용이 금지되고, 영화관은 밤 9시 이후 운영을 중단해야 하지만 스키장처럼 운영이 전면 중단된 건 아니다.
신 협회장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이 공개되자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과 “스키장만 이용을 중단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 목소리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스키장 사진 보면 사장님 말은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fo*********), “스키 타는 건 실외지만, 실내 활동도 엄청 많아요. 감염 전파되기 딱 좋은 환경”(산***), “스키장 자체는 감염이 적을 수 있으나 스키 빌리는 곳이나 음식 먹는 곳은 위험해 보여요”(치****)라며 정부의 스키장 집합금지를 “잘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아무것도 안 사먹고 자기가 싸 온 물 마실 때 외에는 마스크 안 벗겠다면 모를까, 백퍼센트 식당시설, 콘도 이용할 텐데요”(Ch*********)라며 스키장이 거리두기를 실천하기에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하는 누리꾼들도 있었다.
자신을 매년 시즌권을 끊고 스키를 타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한 누리꾼은 “다들 마스크 가 젖어서 숨쉬기도 힘든데 단 한 번도 벗지 않고, 마스크 때문에 김 잔뜩 서린 고글 벗지도 않으며, 숙소, 식당, 이용치 않고 타고 온다고 한다”며 “도저히 불가능해 보인다”(주**)고 주장했다.
“스키장은 숙소도 문제죠. '시즌방' 가면 한 방에 많은 사람들이 우글우글. 유럽에서도 스키장에서 대거 코로나 감염 있었잖아요”(산***)라며 일명 '시즌방'을 걱정하는 누리꾼도 있었다. 시즌방은 스키장이 개장하면 스키를 즐기기 위해 불특정 다수가 모여 숙식을 함께 하는 방을 가리킨다.
16일 강원도가 평창군 내 모 스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20대 4명과 60대 관광객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을 당시, 방역 당국은 시즌방에 우려를 표했다. “시즌방에 대해선 별도 방역 지침이 없고, 좁은 공간을 여러 명이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확산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다.
한편 올해 3월 1차 코로나19 확산기 당시 오스트리아 티롤주(州)의 한 스키 리조트에서1만6,000여명이 감염됐고, 이곳에 있던 관광객들이 각자 나라로 돌아간 뒤 독일을 비롯한 수십개 국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퍼졌다.
집합금지 조치 이전에 스키장 측에서 방역 조치를 더 적극적으로 해야 했다는 지적도 있다.
“스키장 리프트 기다리며 떼로 몰려 있는 사진들이 많이 돌아서 여론에 밀린 걸 텐데 미리 거리두기에 최선을 다했어야죠”(디*), “미리미리 적당히 받아야 했는데 바글바글한 사진이 돌아다니니 방역 당국도 괴롭고 여론도 아주 안 좋았죠”(금*****).
한 누리꾼은 “스키장 입장에서는 한해 농사 준비 다 해놨는데 손실이 막심하겠네요. 그런데 스키장이 매우 적극적인 대응을 한 것 같지는 않다”며 “사용자 제한을 두거나 인원을 보강해 리프트 대기 시 거리두기 감독을 더 적극적으로 하는 등 여러 가지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해 하루빨리 개장했으면 한다”(난*****)는 바람을 전했다.
한국스키장경영협회의 지적처럼 스키장만 문을 닫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일었다. "야외에서 스키 타고 밥은 집에서 먹었다"고 자신을 소개한 한 누리꾼은 "방역 좋고 조심하는 건 좋은데, 스키장만 콕 집어 문 닫으란 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n***)고 말했다.
"형평성 완벽할 수 없는 거 이해하지만 어느 정도까지는 납득할 균형을 맞추는 게 나라가 할 일"이라며 "놀이공원, 동물원의 연간 이용객은 스키장 몇 배는 될 것이고 줄 서는 것도 스키장과 큰 차이 없죠. 그런데 스키장만 하는 건 이상하다”(카***)는 의견도 있었다.
일부 누리꾼들은 “차라리 시즌 시작하기 전에 나라에서 규정을 만들었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픈 다 하고 나니 닫으라면 박탈감 드는 사장님들도 이해 가기도 하죠”(미*******), “올해 사업을 처음부터 접었으면 모를까 시즌권도 환불 들어가면 스키장 휘청하겠네요”(디**),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안타깝네요. 마냥 비판은 못 하겠습니다”(워****)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