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국인 미국에서 내년 4월이면 일반인들도 백신 주사를 맞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전에 탄력이 붙으면서다. 가급적 빨리 주사를 맞고 싶다는 미국인도 늘고 있다.
감염병 분야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 알레르기ㆍ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23일(현지시간) 미 온라인 의학뉴스 사이트 ‘웹엠디’(WebMD) 인터뷰에서 현재 진행 중인 의료진, 요양원 거주자, 고령자 등 고위험군 대상 백신 접종이 내년 3월이나 4월 초까지 이뤄져야 한다며 그 이후부터 일반인 접종이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내년 4월에 백신 ‘오픈 시즌’, 즉 백신 맞기를 원하는 일반인 누구나 백신을 맞을 수 있는 시기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접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감염병 확산이 멈추는 ‘집단 면역’ 시기는 내년 여름쯤이 될 듯하다는 게 파우치 소장의 예상이다. “만약 우리가 (백신 접종을) 제대로 잘한다면 내년 여름 중반이나 후반쯤까지 인구의 70~85%가 백신을 맞게 될 테고, 그렇게 된다면 나라 전체를 덮는 보호 우산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도 그는 내다봤다.
그러나 미 정부 내에 상대적으로 신중한 관측도 없지 않다.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책임질 비베크 머시 박사는 이날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한여름이나 초가을이 일반인 접종을 시작하게 되는 현실적인 시간표라고 말했다. 머시 박사는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 의해 차기 보건복지부 의무총감 겸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으로 지명된 인물이다.
낙관의 근거는 미 정부의 백신 속도전 의지다. 14일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미국은 열흘 만에 100만회분 접종을 완료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날 오전 9시 기준으로 전국에서 100만8,025회분이 접종됐다고 밝혔다. 미 연방정부가 각 주(州) 정부에 배포한 백신 물량은 모두 946만5,725회분에 이른다.
이미 미 정부는 화이자ㆍ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 제품을 합쳐 4억회분(2억명 접종)의 백신 물량을 확보한 상태다. 이날 화이자와의 계약을 통해 내년 7월 말까지 1억회분을 추가 인수하기로 하면서다. 앨릭스 에이자 보건장관은 “이번 추가 구매는 우리가 2021년 6월까지 원하는 미국인 모두에게 백신을 접종할 충분한 물량이 있으리라는 자신감을 심어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인들의 호응도도 차츰 높아지고 있다. 미 일간 USA투데이와 서퍽대가 16~20일 자국 성인 1,000명을 상대로 조사해 이날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46%가 기회가 되면 가능한 한 빨리 백신을 맞겠다고 답했다. 10월 말 같은 조사보다 20%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의향은 정당 지지층에 따라 차이가 컸다. 가능한 한 일찍 백신을 맞겠다고 한 이들 중 민주당 지지층이 67%를 차지한 반면 공화당 지지층은 35%에 불과했다. 공화당 지지층 중에서는 36%가 백신을 접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물론 불안감 역시 주요 동인이다. 영국발(發) 변종 코로나가 세계로 확산 중인 가운데 미 코로나 지표는 악화일로다. 코로나 환자 현황을 집계하는 ‘코로나19 추적 프로젝트’에 따르면 22일 기준 입원 환자는 11만7,077명으로 최대치였다. 같은 날 기준 하루 사망자 수 3,401명은 코로나 사태 뒤 두 번째로 큰 수치라고 존스홉킨스대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