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툭하면 이상한 애가 됐다. 초등학생 땐 이름보다 외계인이라는 별명으로 자주 불렸다. 중학교 담임 교사는 나 같은 애랑 잘 지내 주는 반 애들에게 선생으로서 고맙다는 말을 했었고. 고등학교에 올라가 자기소개를 하는데 누군가 이상해! 소리쳤다. 누구는 나한테 특이한 척하지 말라고 하고 누구는 내가 특이해서 좋다고 하고 누구는 남들처럼 지낼 수 없겠냐고 한숨을 쉬었다. 영문을 몰랐다.
어쨌든 나도 당신들처럼 살아 보이겠다고, 시 같은 거 다시는 안 쓴다고. 봐, 나 평범하게 잘 사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보여주고 싶었다. 아무래도 실패한 것 같지만.
나는 시인이 될 수 없었다. 세상에는 그런 사람이 하나씩 있다고 생각했다. 될 것 같은데, 정말 될 것 같은데. 아는 사람 중에 제일 될 것 같은데 영원히 될 것 같기만 한 사람. 나는 그게 나라고 믿었다. 그걸 받아들였었다.
너무 곱씹어 단물이 다 빠져버린 미래가 찾아왔다. 기쁘지도 눈물이 나지도 않았다. 글쓰기를 그만두고 돈을 벌면서부터 내 감정은 존재를 참는 방향으로 단련되어오고 있었다. 빚을 다 갚은 기분, 아니면 받아야 할 돈을 다 받은 기분. 조금 들떴고 홀가분했다.
한때 이 자리에 제일 먼저 적으려고 했던 이름을 생각하고 있다. 메모장에 줄줄이 저장해 놓고 누구 선생님, 선배님, 사랑하는 누구 친구, 한 명 한 명 부르려 했던 이름들이 많았다. 지금은 그중 하나도 기꺼이 부르기 어색하다. 그런 사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모두에게 전하겠다.
시인이 되었어요. 고맙습니다.
저의 젊은 날에 함께해주셔서 기뻤어요. 우리가 쓰고, 배우고, 마시고, 사랑한 시간을 잊지 않을 겁니다.
끝내 이 말을 전할 수 있게 저를 이쪽에 세워주신 김소연 선생님, 장석주 선생님, 서효인 선생님께 감사드려요.
그리고 한번 더 고맙습니다.
최고로 웃기고 올바른 사람인 서우주에게. 여전히 내 편인 김성은에게. 인생의 위로가 되어주는 이대휘에게.
정신여자고등학교의 편견 없던 선생님들에게. 여름이라고 불러달라는 멋쟁이들에게. 점례를 아는 친구들에게.
사랑하는 김미향, 신명균 씨에게. 내게 아직 남은 운이 있다면 모두 주고픈 신예지에게.
당신들이 있어서 난 좀 이상한 채로도 잘 살아 있다. 이 한국 사회에서.
나는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 것이다.
△1994년 서울 출생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