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더 줄 테니 코로나 검사 빨리”… 진상 환자들 탓 간호사 눈물

입력
2020.12.21 12:00
코로나19 전담병원 간호사, MBC라디오 출연 
근무수당 미지급... 일부만 지급해 ‘노노갈등’도
환자들 진상·추행도 심각 수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담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가 격무에 시달리고 있지만 이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향해 합당한 보상과 휴식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 간호사는 5월 근무에 대한 수당이 아직도 지급되지 않고 있고, 수당을 일부 인력에게만 지급해 병원 직원 간 갈등이 빚어지는 '노노갈등'까지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간호사는 2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실제 공공병원에서 일하는 모든 직종에 대해 그만한 보상이 먼저 이뤄져야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간호사는 정부가 업무 부담을 덜어주고자 공공병원에 간호사 1,400여명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지만, 이보다 기존 간호사들에 대한 보상 체계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간호사 1,400여명 지원은 진짜 감사하지만, 이분들 임금이 저희 병원 간호사들보다 2·3배 높다"며 "이분들이 중환자실을 케어하는 것도 아닌데 임금이 높으니 이런 부분에 대한 갈등이 조금 심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력을 주시는 건 감사한데 저희는 공공병원에서 일하지만 공무원이 아니다"라며 "국가재난 상황이니 무조건 다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고 보상과 휴식을 보장해 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추가 인력 교육도 간호사 몫, 업무 이중고"

간호사는 인력 추가 지원이 기존 간호사들의 업무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진짜 감사한데 이분들이 중환자실이나 직접 환자를 돌보는 업무에 배치될 수 없는 구조"라며 "이분들에 대한 트레이닝을 해야 하는데 교육하는 사람은 확진자 치료에 매진하는 간호사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분들을 가르치면서 동시에 확진자도 봐야 하니 이중고가 된다"며 "혹을 떼려다가 혹을 붙인 격이라고 얘기한다"고 토로했다.

간호사는 수당 지급도 너무 늦어지고 있다며 오히려 노노갈등으로 번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5월에 근무한 걸 추석 전까지 주겠다고 했는데 그 돈이 아직도 안 나왔다"며 "그런데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주는 식으로 돼 (병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간) 노노갈등이 일어나더라"고 말했다.

간호사는 병실 부족 현상도 심각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지금 190여명이 입원했는데 입원실이 꽉 찼다"며 "모든 병상이 꽉 차 1인실에 3·4명까지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돈 더 줄 테니 검사결과 빨리 알려달라는 진상도"

간호사들에게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진상 환자는 여전히 많다고 전했다. 그는 "저희가 방호복 레벨 D를 입고 있으니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이 안 간다"며 "가슴을 더듬으면서 남자 간호사가 맞냐고 얘기하는 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화장실 소독하는 데까지 따라오는 환자도 있고, 밥이 맛이 없으니 빵으로 바꿔 달라며 화내는 환자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간호사들을 괴롭히는 진상 환자는 선별진료소에도 많다고 했다. 이 간호사는 "예약을 안 받는데 예약돼 있다며 빨리 검사받게 해 달라고 하고, 자기는 누구니까 빨리해달라고 한다"며 "못 기다리겠으니 돈을 더 주겠다며 검사 결과를 빨리 알려 달라는 분도 있다"고 말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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