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취임한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끊임없이 구설에 오르고 있다. ‘강남 아파트 두 채 보유’ ‘월성 원전 사건 변호 이력’ 등이 알려져 논란에 휘말리더니, 급기야 지난달 초 만취 상태에서 택시기사에 행패를 부린 사실까지 드러난 것이다.
특히 19일 공개된 택시기사 폭행 사건의 경우, 경찰의 사건처리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데다, 법 집행을 총괄하는 법무부 ‘2인자’로서 매우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비판까지 쏟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 차관은 20일 코로나19 확진자 집단발생 장소인 서울동부구치소에 대한 긴급 현장점검에 나섰을 뿐, 이번 사태와 관련해선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차관은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강행에 반발하며 사표를 낸 고기영 전 차관의 후임으로 법무부에 입성했지만, 임기 시작부터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1주택자 우선’이라는 현 정부의 고위공무원 인사 원칙과는 달리, 그는 서울 서초구(본인 명의)와 강남구(배우자 명의)에 아파트 한 채씩을 각각 보유하고 있었다. 청와대가 매각 의사를 미리 확인했다지만, ‘윤 총장 징계를 위해 서둘러 임명한 게 아니냐’는 비판은 피하지 못했다. 다만, 약속대로 강남구 아파트는 이달 중순 처분한 상태다.
월성 원전 사건에 연루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취임 직전까지 변호한 사실도 임명 당일 밝혀졌다. 변호사 시절 정당한 업무였다고 해도, 청와대를 겨냥한 검찰 수사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다가 곧바로 법무부 차관에 오르는 건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4일에는 윤 총장 측이 낸 헌법소원을 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대화방에서 “악수(惡手)인 것 같은데”라고 평가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윤 총장 징계위원으로서 예단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택시기사 폭행 사건은 법무부 차관으로서의 자격 시비 논란으로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이 차관은 변호사 신분이었던 지난달 초순, 술에 취해 택시에서 잠들었다가 서초구 자택 앞에 도착해 자신을 깨우는 기사에게 욕설을 하고 멱살을 움켜쥐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목적지에 도착해 정차한 상태였고, 크게 다치지도 않았으니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택시기사의 의사를 확인하고는 내사종결 처리했다. 단순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여서 피해자의 처벌 불원 땐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반의사불벌죄가 아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해 일단 입건했어야 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특가법 제5조의10은 “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사람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인데, 2015년 6월 ‘운행 중’의 의미를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위한 자동차를 운행하는 중 운전자가 여객의 승차ㆍ하차 등을 위해 일시 정차한 경우를 포함한다”고 확대한 부분도 새로 추가됐기 때문이다.
교통사고 변호경험이 다수 있는 한 변호사는 “사건 당시의 구체적 상황을 따져봐야 하겠지만 택시나 버스 기사의 안전 보장을 위한 입법목적을 감안할 때, 택시가 집앞에 도착했고 승객의 하차를 앞두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운행 중’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도 최근 해당 특가법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일시 정차한 택시라고 해도 계속 운행이 예정돼 있다면 운전자 폭행ㆍ협박은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는 전날 이 차관 사건을 내사종결한 경찰을 수사해 달라며 대검에 수사의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