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정부가 반(反)정부 시위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에 정면 대응을 선언했다. 시위대가 최근 “올해 더 이상의 반정부 집회는 없다”고 공언하자, 기다렸다는 듯 무대응 기조에서 적극적인 반박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20일 방콕포스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태국 외교부는 ‘왕실모독죄 적용을 중단하라’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18일자 성명과 관련, “태국은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군주제에 대한 불필요한 논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왕실모독죄 등 형법을 적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최소 35명에게 왕실 모독죄가 적용됐다’는 OHCHR의 지적에도 “이들은 단순히 왕실모독죄 위반 혐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집회 관련 법 등을 다수 위반해 기소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태국 정부의 반격은 시위대 움직임이 잠잠해지면서 본격화됐다. 정부는 올해 7월 이후 4개월 동안 이어진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 각종 인권단체들의 비판에 모르쇠로 일관하며 추이를 지켜봤다. 시위가 격화한 10~11월에는 당초 압박용으로 거론됐던 왕실모독죄를 실제 적용하면서 국제 여론과 정반대의 입장을 취했다.
태국 정부의 강경한 대응에 시위는 이달 들어 급격히 힘을 잃었다. 왕가의 업적을 비판하거나 부정적인 표현을 하는 경우 최고 15년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한 태국 형법 112조(왕실모독죄)의 힘이 제대로 발휘된 것이다. 시위대는 15일 결국 “올해 시위는 없다”고 굴복해야 했다. 시위대 지도자인 인권변호사 아논 남빠는 “내년에 더 많은 참가자와 함께 강렬한 시위를 재개할 것”이라며 전열을 재정비해 투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