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지검 특수부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를 겨냥한 칼날이 '꼬리 자르기'로 끝날 전망이다. 아베 전 총리가 2013~2019년 '벚꽃을 보는 모임' 전야제에 지역구 지지자들을 초청해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고발된 사건과 관련해 불기소 처분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아베 전 총리는 조만간 국회에서도 허위 답변을 반복한 경위에 대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마이니치신문은 19일 도쿄지검 특수부가 아베 전 총리를 연내 불기소하는 방향으로 상급 기관과 최종 협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불기소는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으로 아베 전 총리는 형사 책임을 피할 가능성이 크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조만간 아베 전 총리를 대면 조사해 형사 책임을 물을지 여부를 최종 판단한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이번 수사에서 아베 전 총리 측이 도쿄의 특급호텔에서 주최한 2015~2019년 전야제 비용 약 900만엔(약 9,500만원)을 보전한 사실을 확인했다. 행사 주최 측인 '아베신조 후원회' 대표인 아베 전 총리의 비서와 회계 실무자인 사무직원 등 2명에 대해 정치자금규정법 위반(불기재) 혐의를 적용해 약식 기소할 방침이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해 11월 의혹이 제기된 이후 국회 답변에서 33회에 걸쳐 "행사의 모든 비용은 참가자들이 부담했고 지역 사무실과 후원회에서 오간 돈은 일절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검찰 수사에서 보전 사실이 드러나 국회에서 위증을 반복한 꼴이 됐다.
도쿄지검은 이와 관련해 아베 전 총리가 비용 보전을 지시했는지와 정치자금수지보고서에 기재하지 말 것을 지시했는지 여부를 수사해 왔다. 그러나 명확한 증거를 찾지 못해 현 상황에서는 형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아베 전 총리 측은 비용 보전 사실이 들통난 후부터 "보고 받은 대로 말했을 뿐"이라며 비서 등의 책임으로 떠넘겨 왔다.
그러나 국회에서의 불성실한 답변 등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자민당은 아베 전 총리가 국회에서 사건 경위를 설명함으로써 위증 논란을 털고 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아베 전 총리는 18일 "검찰의 (수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성의 있게 답변하겠다"며 "당연히 국회에서도 성실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자민당은 비공개에다 의사록도 없는 의원 운영위원회 이사회 소집을 검토하고 있는 반면, 야당은 예산위원회에서 국민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설명할 것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이번 수사가 검찰의 인지가 아닌 법조인 등의 고발로 시작됐다는 점에서 아베 전 총리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아베 정권 계승'을 내건 현 정권에 대한 타격을 제한하는 한편, 검찰이 수사 의지를 보였다는 선에서 마무리하는 셈이다. 다만 아베 전 총리의 정치적 타격은 적지 않다. 최근 지지세력인 보수 우파를 대상으로 활동을 재개하면서 거론된 '세 번째 총리 등판' 가능성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