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중 절반은 내년 경영계획 방향을 ‘긴축 경영’과 ‘고용 축소’로 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여파에 내년에도 몸을 바짝 엎드리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0일 전국 30인 이상 기업 212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1년 기업 경영 전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년 경영계획을 '긴축 경영'이나 '현상 유지'하겠다는 응답 비율은 각각 49.2%, 42.3%였다. '확대 경영'을 하겠다고 대답한 기업은 8.5%에 불과했다. 대ㆍ내외 경제 불확실성에 응답 기업의 38.7%는 아예 경영계획 초안도 수립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국내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서 초안도 짜지 못했다는 비율(57.0%)이 높게 나타났다.
기업들은 또 긴축경영을 위한 방편으로 신규투자 축소와 인력 운용 합리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실제 경영계획을 수립한 기업을 대상으로 내년 투자와 채용계획을 묻는 질문에 '올해보다 축소하겠다'는 응답 비율이 65.4%에 달했다. 투자계획의 경우 '올해 대비 축소'라는 응답이 60.0%로 가장 많았고, '올해 수준'(30.0%), '올해 대비 확대'(10.0%)가 뒤를 이었다.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묻는 질문엔 응답 기업의 44.8%가 '2.5% 초과∼3.0% 이하'라고 답했다. 응답 기업들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2.8%였다. 정부가 이달 17일 '2021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2%로 제시한 것보다 낮은 수준이다. 또한 한국개발연구원(3.1%)과 한국은행(3.0%) 등과 비교해서도 낮다. 기업들이 실제 체감하는 경기 전망은 훨씬 암울하다는 뜻이다.
경영 여건이 코로나19 위기 이전으로 회복되는 시점은 '2023년 이후'(37.3%)를 가장 많은 기업들이 선택했다. 이어 '2021년 하반기'(23.1%), '이미 회복'(17.9%), '2022년'(13.2%), '2021년 상반기'(8.5%) 등의 순이었다. 내년 영업이익은 응답 기업의 52.8%가 올해보다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총은 "위기의 불확실성으로 여전히 상당수 기업은 경영 어려움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