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장 추천 연기, 野도 적극 의견 내길

입력
2020.12.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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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18일 5차 회의를 열고 2명의 후보 추천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않고 28일에 회의를 다시 열기로 했다. 전날 국민의힘 측 추천 위원인 임정혁 변호사의 사퇴로 빠진 야당 몫 추천위원 1명을 다시 채워 원만하게 후보를 추천해 달라는 박병석 국회의장의 요청을 받아들인 결과다. 추천위는 아울러 23일 오후 6시까지 처장 후보자 추천을 추가로 허용키로 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은 추천위원에 결원이 발생하더라도 의결정족수만 채우면 후보 추천을 의결할 수 있다며 이날 회의에서 후보 추천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지난 10일 국회를 통과한 공수처법 개정안에서 야당의 비토권이 삭제돼 야당 몫 위원 2명의 의사와 무관하게 공수처장 후보 추천 길이 열린 터였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추천위원 중 결원이 발생한 가운데 의결이 이뤄지는 것은 무효라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런 논란 속에서 추천위가 국회의장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은 여당의 입법 독주로 개정안이 통과된 데 대한 반발 여론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에 추천위원을 새로 뽑을 시간을 줘 후보 추천의 명분을 축적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셈이다. 반면 국민의힘으로선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공수처법 개정안을 처리한 데 대한 반발로 추천위 자체를 보이콧하려는 기색도 없지 않아 보인다. 추천위에 참가하더라도 야당의 비토권이 없어진 터라 결국 들러리를 서는 꼴이라고 느낄 법하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우려하는 대로 공수처가 여권 입맛대로 구성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선 보이콧만이 능사는 아니다. 국민의힘이 추천위원을 새로 뽑지 않으면 공수처 출범을 무작정 훼방 놓으려는 ‘대안 없는 반대 세력’으로 비칠 수 있다. 오히려 추천위에 적극 개입해 공수처장 후보 적격 여부나 적임자에 대해 분명한 의견을 밝히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게 의미 있는 견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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