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국민주' 한국전력 주가가 꿈틀대고 있다. 17일 정부의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 발표 이후 이틀 연속 급등세다.
지난 3월 코로나 폭락장에서 1만6,000원대까지 내렸던 주가는 75% 가까이 오르며 어느새 3만원을 바라보고 있다. 과거 시가총액 1, 2위를 다투며 오랜시간 국민주로 군림하다가 추락한 한전이기에, 주가 급등을 두고 주주들 사이에선 "감동 두 배"란 반응까지 나온다.
18일 한전 주가는 전날보다 8.85% 오른 2만8,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10.17% 급등 마감한 데 이어 이틀 연속 강세를 보였다. 이날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 대부분이 하락세였지만, 한전은 시총(약 18조1,300억원) 18위(우선주 제외)에 이름을 올렸다. 전날 21위(16조7,000억원)에서 3계단이나 뛰어 오른 것이다.
주가 강세를 불러온 건, 정부와 한국전력이 전날 발표한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이다. 개편안을 통해 향후 한전의 실적 변동성이 줄고 매출액도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이 매수세를 유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유가나 천연가스 가격 등락에 따라 전기요금이 조정되는 '연료비 연동제'다. 전기요금에서 기후 및 환경 관련 비용이 분리돼 별도로 반영되는 것도 특징이다. 한전이 기존 원자력을 태양광발전 같은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할 때 드는 비용을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다.
따지고 보면 올해 뜨거웠던 코스피 상승장에서 이 정도 주가 상승률은 특별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한전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한전은 1990년대 줄곧 시총 1위 자리를 지켜오며 명실상부 '국민주'로 불렸다. 2000년~2010년대 들어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차 등 대형 수출기업에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꾸준히 10위권은 지켰다.
역사적 고점을 경험한 2016년 5월 30일(6만3,000원) 한전 시총은 40조4,000억원에 달했다. 삼성전자(182조원)에 이어 2위로 현 시총의 두 배가 넘는다.
하지만 이후 4년 가까이 주가는 내리막을 걸었다. 주가가 3만원을 회복해도 고점 대비 여전히 '반토막' 수준이다. 이듬해 출범한 정부가 내건 탈(脫)원전· 탈석탄 정책과 전기료 할인 등으로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2018년, 2019년 2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한 영향이 컸다.
한전을 장기 보유해 온 주주들은 "인내는 배신을 모른다"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증권사들도 이날 한전 목표주가를 30% 이상 상향 조정하는 등 기대감을 내비쳤다.
유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전날 개편안은 실적과 배당의 안정성이 확보되는 역사적인 이벤트"라며 "2021년 실적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4배로 향후 정상적인 유틸리티 기업으로 변모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지금이) 극단적인 저평가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장기 안정적 실적이 전망되며 전력생산원가가 판매가에 연동되는 해외 업체처럼 안정적인 투자 및 배당재원 확보가 가능해 밸류에이션(평가가치) 재평가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