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가디언이 초기 코로나 방역에 성공했던 한국이 지금 맹렬한 확산에 대한 공포에 휩싸여 있다고 15일 보도했다. 지난 4월 세계보건기구(WHO)가 방역 모범국가로 상찬하는 등 봉쇄조치 없이 확산을 통제했던 한국이지만, 섣부른 거리 두기 완화조치로 보건 위기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다. ‘K-방역’이 실패했다고 단정짓지는 않지만 최근 한국의 확진자 폭증세를 우려하는 외신보도가 잇따른다.
□외국에서 주목했던 K-방역의 요체는 정부의 속도감 있는 조치였다. 지난 2월 대구에서 신천지교회발 집단감염이 발생해 신도 9,000명을 전수검사할 때 2주 가량 걸렸는데, 3개월 뒤 쿠팡 물류센터에서 집단감염 사태가 터지자 5,000명 대상 검사를 3일만에 해냈다. 드라이브 스루 선별검사 도입, 신용카드 정보와 폐쇄회로(CC)TV를 활용한 확진자 조사, QR코드 도입 등 공격적인 검사ㆍ추적이 확산세 저지의 수훈갑이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의 사례는 기민한 정부 대처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귀감이 된다는 전문가의 평가를 소개하기도 했다(6월 16일).
□감염병 사태가 나면 방역과 의료자원 재분배, 감염 취약 시설 개선 투자 등이 병행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검사-추적-격리' 중심의 방역에 모든 자원을 쏟아부은 게 독이 됐다. 신천지, 8ㆍ15집회 등 타깃이 분명할 때는 통제 중심의 K-방역이 위력을 발휘했지만 일상 속 감염 폭증으로 타깃이 흐려지자 한계가 드러났다. 코로나 소강기 때 겨울 대유행에 대비해 병상ㆍ장비ㆍ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경고가 여러 차례 나왔지만 정부의 의사결정은 한가했다. 수도권 병상 부족 사태가 현실화하자 2025년까지 공공병상 5,000개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현실은 입원대기 중 사망과 컨테이너 병상이다.
□무료 선별검사소 운영 등 검사 확대가 확산세를 꺾는 데 효과가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당국에 ‘전수검사 만능론’이 퍼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신중해야 할 일을 서두르고(단계 하향) 적시에 해야할 과제(의료자원 재분배)를 미루면 결국 사달이 난다. K-방역이 시험대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