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변심? 베트남 환율조작국 지정 이유는

입력
2020.12.1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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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0억달러 달하는 무역적자 줄이기 본격화
미 정권교체로 인한 외교정책 변화 가능성도 영향 
베트남 중앙은행 "거시경제 안정 위한 것" 반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베트남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며 통상 압박 수위를 최대치로 올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세계 무역량이 줄고 있음에도 베트남의 대미 무역흑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정권 교체로 변화가능성이 높아진 대중국 포위 전략보다 통상 문제 해결에 더 집중하고 있는 것도 또다른 원인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미 재무부는 16일(현지시간) 의회에 제출한 '주요 교역국 거시경제 및 환율정책 보고서'를 통해 베트남을 새로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음을 공표했다. 환율조작국은 1년의 조사 기간(기준 6월) 동안 200억달러를 초과하는 대미 무역 흑자 혹은 국내총생산(GDP)의 2%를 초과하는 경상수지 흑자를 거두고, 같은 기간 동안 외환시장에 GDP의 2% 이상 개입한 나라에 한해 지정된다. 베트남은 올 6월까지 1년 동안 580억달러의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했으며, 외환시장 개입률도 5%에 달해 지정 요건을 모두 충족했다. 환율조작국 지정 이후 1년 동안 수치가 개선되지 않으면 미국은 투자 제한 등 추가 보복 조치를 진행한다.

미국이 베트남에게 강수를 둔 것은 양국 무역수지의 불균형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미중 무역갈등의 반사이익으로 올 11월까지 699억달러의 대미 수출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5.7%나 증가한 수치다. 현 시점까지 베트남의 전체 무역흑자액이 200억달러 남짓인 것으로 감안하면, 미국 입장에선 유독 자국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는 게 급선무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트럼프 행정부가 임기 마지막으로 향하고 있는 점도 베트남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외교가에선 조 바이든 미 차기 정부가 압박과 정면 대결 위주의 기존 중국 관련 정책을 부분적으로 수정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전선에 베트남을 포함시켜 중국을 압박하려던 정책이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하노이 외교가 관계자는 "베트남을 달래야 할 외교적 필요성이 줄어들면서 자국의 실리를 철저히 챙기려는 트럼프 정부의 본성이 드러났다"며 "바이든 정부의 대 베트남 외교 기조가 나올 때까지 한동안 양국 통상 갈등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정부의 결정에 베트남은 불쾌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베트남 중앙은행은 17일 "최근 수년간의 환율 관리는 거시경제를 안정화하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었지 국제 무역에서 불공정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며 "외환시장 개입 역시 주변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외화보유고를 늘리기 위한 자구책일 뿐 적극적인 조작 의도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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