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동초, 다문화 학생 보듬기 프로젝트 열어

입력
2020.12.17 14:24
지난 11일 코로나 블루 극복 '트리허그' 행사열려
집에서 안 입는 옷 가져와 학부모가 직접 제작
마이크로지구사업엔 논공 지역 5개 학교 참여
각 학교 특색 반영해 학생 수업 프로그램 공유도

"나무가 포근하고 따뜻해요!"

지난 11일 대구 달성군 논공읍 북동초등학교 운동장. 어린이들이 나무 둘레에 손에 손을 잡고 끌어안는 '트리허그'를 했다. 30여그루 나무엔 따뜻한 옷과 크리스마스 장식, 학생들의 미래 소망을 담은 카드를 내걸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외부활동을 하지 못했던 50여명 학생들은 손을 잡고 나무 꼭 껴안거나 주위를 돌며 해맑게 웃었다.

이날 행사는 북동초 학부모들이 코로나 블루 극복을 위해 마련했다. 11명의 학부모들은 집에서 입지 않는 옷을 가져와 나무에 입힐 옷과 장식을 열흘에 걸쳐 직접 만들었다.


지난해 북동초 학부모회장을 맡았던 신순희 강사는 먼지가 쌓인 미싱기계를 10여년만에 꺼냈다. 신씨는 "신종 코로나로 위축된 아이들을 잠시나마 웃게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은주 학부모회장도 "색다른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이 없을까 고민하다 농담처럼 한 이야기가 커져버렸다"고 웃었다.

논공공단엔 외국인 근로자와 결혼이주여성 등 다문화 가정 비율이 높다. 다양한 문화가 뒤섞여 있는 만큼 이들을 지역사회에 녹아들게 하기 위한 각종 프로그램들은, 삭막한 공단에 새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달 현재 대구 다문화 유치원~고등학생은 2018년 4,726명, 2019년 5,299명, 올해 5,495명으로 700명 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동안 전체 학생 수는 30만5,102명 29만7,380명, 28만8,196명으로 감소하는데 반해 다문화 학생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북동초 역시 다문화 학생의 비율이 전체 학생의 34%, 신입생은 50%에 달한다.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중국, 엘살바도르 등 12개 국적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국제학교'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이 때문에 학교 분위기가 역동적이이면서 동시에 소통부재가 문제가 되기도 한다. 신종 코로나에 따른 등교일수 감소로 교류도 뜸해지면서 우울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학교 주변 통학로에도 인근 주민들이 생활 쓰레기를 버리는 경우가 빈번해 달성군이 하루 2번 쓰레기를 수거하는 등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될 정도로 열악해졌다.

조태순 북동초 교장은 "아이들의 좋은 환경에서 자라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차원의 시민의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며 "학교 차원이 아닌 주민 모두가 적극 참여해야 이뤄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도 교육 여건 개선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대구미래교육지구사업을 지정하고, 여러 학교를 하나로 묶는 '마이크로지구'로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논공에는 북동초를 중심으로 논공초, 남동초, 북동중, 논공중이 참여하고 있다. 또 논공 우리마을 나눔사업을 통해 지역사회와 학부모, 학생들이 함께 수시로 생활상을 공유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조태순 교장은 "사업을 통해 통해 어두웠던 학생들의 눈에 띄는 태도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며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적극적인 지원으로 든든한 울타리가 되고 있는 만큼 모든 학생들이 지역사회에 긍정적으로 녹아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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