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를 도입했으면 박근혜정권의 국정농단도 없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을 듣다 보니 꼭 약 파는 약장수 같더라. 부동산 대책도 초창기엔 주택임대사업자 제도만 활성화하면 무조건 해결된다는 식이었다. 문재인정권의 문제는 모든 정책을 현실과 동떨어진 형이상학적으로 접근한다는 거다.”(김경율 회계사)
“문재인 정권은 정책을 찬성, 반대가 아니라 선과 악의 대결로 끌고 간다.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설득을 하기 보다, 동화책 속 이야기와 신화를 만들고 사람들을 몰입시키는 파시스트 정치체제의 특성을 지녔다. 대단히 위험하다.”(진중권 전 교수)
조국 전 장관과 문재인 정부를 위선적이라 비판하는 대담집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저자들이 10만부 판매를 기념해 17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책 출간 3개월만에 벌써 두번째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온라인 라이브로 진행된 간담회에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김경율 회계사, 권경애 변호사, 서민 단국대 교수, 강양구 과학전문기자 공동필진 5명에 더해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 ‘검사내전’의 저자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도 특별게스트로 나왔다. 문재인정권 저격수를 자처하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이다 보니 반문 진영 정치 결사체의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간담회 2시간 내내 이들은 문재인정부와 민주당 정권의 부조리함에 대해 거침 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먼저 이들은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현 정권이 1987년 체제 이후 일궈온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시스템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수결의 논리로 소수를 억압하면서도 자신들은 개혁이고 선(善)이라 굳게 믿는 운동권 민중민주주의의 전형”(진중권 전 교수)이란 지적이다.
강양구 기자는 문재인정권의 민주주의 파괴 행태를 꼬집으며 “어떤 지인이 역대 정권을 대형교회에 비유했는데, 이명박정권은 불법과 탈법을 저지른 사랑의교회, 박근혜정권은 세습과 구태를 일삼은 명성교회, 문재인정권은 시스템파괴, 막무가내, 맹목적인 사랑제일교회와 닮았다고 이야기하더라"며 거칠게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열혈 팬덤정치에 대해서도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친다는 점에서 태극기부대보다 더 심하다”(진중권 전 교수), “정치지도자들이 나서서 제어하지 않고 양념, 에너지라고 부추기면서 국민들의 질을 떨어트리고 있다”(금태섭 전 의원) 등의 지적이 나왔다.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사태와 공수처법에 대해서도 강력한 문제제기가 터져 나왔다. 금 전 의원은 “공수처라는 게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는 하나의 정책에 불과한데, ‘VIP가 하는 거니까’ 라고 무조건 밀어붙이더라. 반기를 드는 게 반역이 되는 민주당 내부를 보면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공수처를 “정권의 절대반지”(김웅 의원), “또 다른 무소불위의 권력”(권경애 변호사)에 빗대며, 권력의 보신 기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했다. 금 전 의원은 “공수처 수사대상을 판사, 검사, 국회의원 등 7,000명으로 한정했는데 영국이나 홍콩 등 공수처가 설치된 나라에서도 이렇게 대상을 좁혀 놓은 경우는 없다”며 “공수처 수사관들이 검찰, 법원, 국회 주변을 돌아 다니며 정보를 차곡차곡 쌓는 안기부 사찰정치가 재현될 것이라 본다”고 예상했다. 권 변호사는 “윤석열 총장 징계가 나오고, 공수처법이 통과된 날 대통령은 더 이상 권력형 비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정권의 비리수사도 덮을 수 있을 거란 얘기로 들려 너무 두려웠다”며 공수처 출범 자체를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앞으로 ‘한번도 TV’(가칭)등 유튜브 채널을 플랫폼 삼아 반문 진영의 구심점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강양구 기자는 “진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어 보기 위해서 지금은 사람들이 의견을 자유롭게 나눌 공론장이 절실해보인다”며 유튜브 채널 개설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진 전 교수는 “어느새 진보가 위선의 동의어가 됐다"며 "진보의 본진에 들어가 허위의식에 사로 잡혀 있는 진보 진영 지지자들을 깨우쳐 진보의 가치를 재구성하는 작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4월 서울시장 재보선 출마설이 거론되는 금 전 의원은 출마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제가 뭘 하든 간에 조국 백서 팀 마음에 들지 못하면 아무것도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며 “내년에 중요한 선거가 있는데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반드시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겠다”면서다.
이날 온라인 라이브 간담회는 500여명이 접속해 시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