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16일 헌정 사상 최초로 정직 2개월이라는 징계를 받게 된 과정에서, 그 동안 윤 총장과 뜻을 달리해 반목했던 것으로 알려진 검사장 4명이 제각기 다른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내 ‘반(反)윤석열’ 검사의 대표격인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윤 총장 징계 결정이 내려지는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심 국장은 이달 10일 열린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1차 기일에 징계위원으로 참석했다가, 다른 징계위원의 기피신청 의결에만 참석하고 스스로 물러났다. 징계위는 이후 “물어볼 것이 많다”며 직권으로 심 국장을 증인 채택했지만, 심 국장은 전날 열린 2차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진술서를 제출했다.
윤 총장 측은 심 국장 진술서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많이 포함됐다고 주장한다. 재판부 분석 문건과 관련해 일선 검찰청에 배포할 목적으로 문건을 작성했다거나, 특수수사에 경험이 많은 검사들이 이런 문건을 활용해 여론재판을 주도하는 관행이 있었다는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심 국장은 채널A 사건 감찰ㆍ수사 방해 혐의와 관련해선 대검 부장(검사장급)회의에서 결정하려던 수사방향 및 방식을 윤 총장이 끼어들어 방해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문건을 작성한 손준성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은 15일 징계위에 출석해 “공소유지를 위해 공개된 자료를 활용해 한 차례 만들었다”며 심 국장 주장을 반박했다.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과 이정현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윤 총장의 채널A 사건 수사방해 혐의 감찰 과정과 관련한 진술서를 제출했다. 김관정 지검장은 진술서에서 “올해 6월 19일 채널A 사건과 관련해 열린 대검 부장회의에 대검 형사과장, 연구관 전원이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에 대해 무혐의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적었다. 김 지검장은 “직전 대검 형사과장들은 강요미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봤다”며, 윤 총장이 부장회의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란 뉘앙스를 남겼다. 윤 총장 측 변호인은 이에 대해 “사건기록 일부만 본 형사과장들은 혐의 적용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기록 전체를 보게 되자 무혐의 판단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현 부장도 진술서에서 “대검 형사부 연구관들이 제출한 채널A 사건 보고서를 보니 워낙 탄탄하게 준비한 것 같아 오랫동안 총장 지시를 받아 작업한 것 같다”는 의견을 냈지만, 윤 총장 측은 “궤변”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윤 총장과 대립각을 세웠던 또 한명의 검사장인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징계위원으로서 윤 총장 징계에 적극 나설 것이란 예상과 달리 징계 의결 과정에서 기권했다. 증인심문 과정에서도 질의하지 않았다. 신 부장의 행보를 두고 징계의결 정족수를 채우는 역할을 한 것이란 평가도 나오지만, 신 부장은 “원칙대로 행동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