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 북적 스키장, 코로나 감염고리 되나

입력
2020.12.1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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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평창 스키장 고리로 두 자릿수 확진
방역 사각지대 '시즌방' 통한 감염도 나와

겨울철을 맞아 최근 개장한 스키장들이 새로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고리로 등장했다. 주말이면 수천명이 몰리는 겨울철 대표 레저스포츠임에도 세밀한 방역대책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강원도는 16일 평창군내 모 스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20대 4명과 60대 관광객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13일엔 장비 대여소에서 일했던 20대를 시작으로 접촉자와 강사 등 11명이 이 스키장을 고리로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이에 따라 해당 스키장은 이날 운영을 중단했다. 보건당국 협조를 얻어 생활관에 선별진료소를 설치해 1,000여명에 대한 전수검사도 진행했다. 스키장은 18일부터는 야간스키 운영을 전면 중단할 방침이다.

최근엔 '시즌방'으로 불리는 평창의 숙소 이용객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돼 새로운 감염고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즌방은 평창에만 수백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즌방에 대해선 별도 방역지침이 없고, 좁은 공간에 여러 명이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확산 가능성이 크다는 게 보건당국의 걱정이다.

더구나 스키어가 전국에서 모이는 특성상, 집으로 돌아간 뒤 지역사회 감염으로 이어질 지 모른다는 우려도 크다. 올해 초 스위스 스키장에서 시작된 코로나19 감염이 순식 간에 유럽 전역으로 퍼진 사례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스키장에 대한 거리두기와 방역이 여전히 허술하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주말에도 수천명이 몰린 전국 스키장 대부분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종된 모습을 보여 빈축을 샀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스키장발 감염이 예견된 결과였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날 강원도가 도내 스키장 긴급 검검에 나선 결과, 일부 스키장의 경우 출입동선 통제가 미흡해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았고, 스키장 출입자 명부를 작성하지 않은 사례도 적지 않았다.

강원도 관계자는 "점검 결과 전국 각지에서 온 직원들이 합숙하는 직원 생활관과, 고객 밀집도가 높은 장비대여소 등이 취약지역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현재 장비를 빌리는 공간을 비롯해 이용객 왕래가 많은 부대시설에 관해선 구체적 방역 지침이 없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도내 스키장 종사자에 대한 전수검사를 실시키로 했다"며 "시설 내 방역소독 지침을 철저히 이행하고, 직원 생활시설에서 식사나 모임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박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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