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클로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면역이 있어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겁니다.”
14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의 세계보건기구(WHO) 본부에서 진행된 정례브리핑에서 마리아 판케르크호버 WHO 코로나19 기술팀장은 ‘올해 크리스마스에도 산타가 활동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하지만 현실은 판케르크호버 팀장의 호언장담과 달랐다. 앞서 6일 벨기에 플랑드르 지역의 한 요양원에서 산타 분장을 한 남성이 방문한 뒤 75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이 여파로 전부터 건강이 좋지 않던 환자 1명이 사망했고, 다른 1명은 병세가 악화돼 산소 치료를 받고 있다. 요양원 운영자는 “산타 남성이 모든 방을 방문한 것은 아니다”라며 “거리두기를 준수하고 선물도 직접 나눠주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보건당국은 산타의 방문이 집단감염과 연관이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면밀한 역학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미 일간 뉴욕포스트와 워싱턴포스트 등은 10일 조지아주(州) 롱카운티 루도위치에서 열린 연례 크리스마스 행사에 산타와 산타 부인으로 분한 성인에게서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전했다. 로버트 파커 롱카운티 이사회 의장은 행사 이틀 후 관련 사실을 확인했으며 행사 당시에는 이들이 어떠한 증상도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파커 의장은 “평소 그들을 알고 지내왔다”며 “고의로 아이들을 위험에 빠뜨리게 한 것은 절대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행사에서 약 50명의 어린이들이 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최 측은 학생들에게 겨울방학이 끝날 때까지 집에서 머물 것을 권고했다.
미 질병관리예방센터(CDC)는 최근 크리스마스 방역 지침을 발표하면서 산타가 방문하는 성탄 행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거나 야외라면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고 6피트(약 1.8m)의 거리를 둘 것을 촉구했다.
이처럼 ‘크리스마스 리스크’는 코로나19 확산에 중대 이슈로 대두됐다. 유럽 일부 국가는 반발 여론과 대목을 맞은 상인들의 요구에 밀려 이미 크리스마스 연휴기간 봉쇄 완화 조치를 취한 상태다. 영국은 23~27일 최대 3가구가 모여 ‘크리스마스 버블(거품)’을 형성해 한 장소에 모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프랑스와 스페인도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야간 통행 금지를 해제하거나 통금 시작 시간을 이튿날 오전 1시30분까지 늦추기로 해 자칫 바이러스 확산세를 부추길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