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형인 김정남을 살해한 주역 리정철이 북한 정권을 위한 물품을 조달하는 등 국제 제재를 회피한 활동을 했다는 영국 싱크탱크의 분석이 나왔다.
영국 왕립합동연구소(RUSI)는 14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발표한 ‘프로젝트 사암 보고서: 리정철 파일’을 통해 2017년 리정철이 김정남 암살 관련 혐의로 말레이시아에서 체포될 당시 당국이 몰수한 전자기기 추출 자료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RUSI는 리정철이 북한과 중국,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다양한 지역에서 2016년 9월 27일부터 2017년 2월 17일 체포 시까지 수행한 기록을 입수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리정철은 말레이시아 중산층 거주 지역에 머물면서 북한의 해외정보원으로서 정권 상대 물품 조달 등 이익을 얻는 역할을 했다. 그는 말레이시아 거주 당시 정식 외교관으로 등록되지 않았지만 거주하던 아파트에서는 외교 번호판이 붙은 차량이 포착됐으며 휴대폰에도 여러 외교 관련 연락처가 들어 있었다.
리정철은 북한의 조선신광경제무역총회사, 조선봉화무역총회사를 대표해 인터넷거래 시스템을 활용, 외국 물품 조달 역할을 했다는 것이 RUSI의 분석이다. 특히 팜유와 비누를 비롯해 25만달러 상당의 와인 등을 사들이기도 했다. 그가 대표한 조선신광경제무역총회사는 2016년 5월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 제재 대상에 오른 기업이다. 이듬해 말에는 유엔 제재 대상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RUSI는 또 조선봉화무역총회사의 경우 2016년 12월 미국 제재 대상이 된 금강은행을 통해 금융거래를 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이런 내용을 토대로 리정철이 북한 동료들 및 중국 국적자들과 협력해 북한 조달용 물품 대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