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석학인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보편적 기본소득 도입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드러내는 한편 한국 정부에 세수를 늘리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삭스 교수는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한국판 뉴딜: 국민과 함께 이루는 대전환'을 주제로 열린 '인클루시브 코리아 2020 국제 콘퍼런스’에서 보편적 기본소득 도입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재정적으로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면서 “빈곤층은 지원해야겠지만 일할 수 있는 사람은 어느 정도의 시간은 일하고 정당한 보수를 받는 것이 맞다"고 했다.
경제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삭스 교수는 이날 온라인 화상으로 콘퍼런스에 참여해 기조강연을 했다. 그는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경제 대응과 관련해 "향후 5, 10년을 내다보고 예산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한국은 전반적인 세수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K-방역'으로 대표되는 민관협력 거버넌스 모델에 대해선 "한국의 성공이 굉장히 놀랍다”면서 “진지하게 임하는 정부, 뛰어난 전문가, 시민들의 협조, 온라인과 첨단기술을 활용하는 시민들이 있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한국판 뉴딜'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그는 "디지털과 재생에너지와 탄소중립이란 두 가지 축은 아주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구조가 매우 탄탄하고, 한국의 회복 계획이 굉장히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다만 구체적 계획이 미흡하다고 지적하면서 "탄소중립으로 가는 구체적 방식의 수립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삭스 교수는 기후변화라는 난제 해결을 위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역내 협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세계 생산의 30%를 차지하는 RCEP을 통해 다자 차원에서, 또 중국과의 협력을 도모하는 것을 강력하게 지지한다"며 "RCEP은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 혜택을 줄 수 있는 협약"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RCEP 지역이 전 세계에서 주요 지역으로서는 최초로 코로나19를 종식하고 역내 무역을 재개할 수 있는 지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컨퍼런스는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주최하고, KDI국제정책대학원이 주관했다. 삭스 교수 외에도 각국의 전염병 및 경제학 전문가들이 강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