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신뢰도↑, 방역 피로감↓… 코로나 잡는 중국의 ‘이중고’

입력
2020.12.20 15:00
중국산 코로나 백신, 해외선 반응 떨떠름
시장 선점하려 개도국 임상 시험에 주력 
국내 생산량은 충분, 설 이후 일반인 접종
코로나 종식...'집단 감염' 전례에 불안 여전

중국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출시가 임박했다. 생산 능력도 충분한 편이다. 하지만 중국은 성에 차지 않는 표정이다. 서구와의 백신 수출 경쟁에서 밀리는데다 국내 코로나19 방역도 여전히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백신 개발 결승선, 내년 설 이후 일반인 접종

중국은 5가지 기술을 적용한 14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이다. 이중 5개가 임상 마지막인 3상 시험단계에 있다. 긴급사용 승인을 통해 10~11월 저장성과 해외 우방국에서 100만명이 접종을 마쳤고, 쓰촨성을 중심으로 연말까지 12개 고위험군 200만명을 추가 접종할 예정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8일 "내년 2월 춘제(중국의 설) 연휴 이전에 의료인,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백신 1억회분을 배포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일부 거점지역을 중심으로 백신 운송 도상연습을 시작했다.

일반인 접종은 춘제 이후 본격화한다. 중국인의 ‘집단 면역’ 형성 시기는 내년 2분기 이후로 여유 있게 잡았다. 코로나19 통제가 잘돼 국내 백신 수요의 긴급성이 높지 않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장원훙(張文宏) 푸단대 화산병원 감염내과 주임은 “향후 6개월~1년 사이에 중국인의 면역 우위를 점하고,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지 못하는 국가에서도 면역력을 갖추도록 대국의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시장 점유율 1위 시노팜은 현재 3억회분의 백신 생산량을 내년 10억회분으로 늘린다. 2위 시노백도 내년 6억회분의 백신을 생산할 계획이다.

문제는 ‘대외 신인도’… 시장 선점하려 해외 임상 주력

이처럼 중국 백신은 국내보다 해외를 겨냥하고 있다. 문제는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국 코로나19 백신은 죽은 백신을 인체에 투입하는 전통적인 ‘불활화’ 백신이다. 검증된 방식이어서 서구가 새롭게 시도한 mRNA 백신보다 안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뿌리 깊은 중국의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들은 수입을 꺼린다. 외교 소식통은 20일 “평소 내신 성적이 형편없다 보니 수능시험을 잘 봐도 명문대에 진학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이에 중국은 중동ㆍ아프리카 지역이나 개도국 공략에 주력해왔다. 서구와의 경쟁에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시노팜은 아랍에미리트(UAE)ㆍ이집트ㆍ요르단ㆍ바레인에서 5만명, 시노백은 브라질ㆍ터키에서 3만명 등 총 10여개국에서 10만여명이 임상시험에 참여했다. 접종 1회당 200위안(약 3만4,000원)으로 화이자 등 서구 백신에 비해 저렴하고 운송과 저장이 수월하다는 점도 중국산 백신 세일즈 포인트로 부각시켰다. 가령 장기보관의 경우, 영하 70도를 유지해야 하는 화이자 백신과 달리 중국산은 최저 영하 20도면 충분하다.

중국의 노력은 일단 결실을 맺고 있다. 브라질(4,600만회분), 멕시코(3,500만회분), 터키(5,000만회분), 모로코(1,000만회분), 인도네시아(120만회분) 등 최소 16개국, 5억회분의 백신 수출 계약을 맺거나 하역을 마쳤다. UAE는 지난 9월 해외에서는 처음으로 중국산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환구시보 등 중국 매체들은 “서구 백신을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기약 없는 상황에서 중국 백신은 코로나19에 맞설 유일한 희망”이라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집단 감염’ 도질라… 가시지 않는 불안

중국의 국내 하루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많아야 10여명에 불과하다. 해외 유입을 제외한 본토 발생은 고작 한자릿수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지역에 잇따라 ‘전시 상태’를 선포하며 전면전을 치르는 중이다. 산발 감염이 집단 감염으로 확산된 뼈아픈 전례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4월 초 후베이성 우한 봉쇄를 풀며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한 자신감을 뽐냈다. 하지만 4월 말 헤이룽장성 하얼빈, 6월 수도 베이징, 7월 신장위구르, 10월 산둥성 칭다오, 11월 상하이, 이달 쓰촨성 청두 등 곳곳에서 지역 감염이 발생해 도시를 통제하거나 최대 1,000만명에 달하는 주민을 전수 검사하며 총력을 다했다.

특히 해외 코로나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언제 불똥이 중국으로 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적지 않다. 수입 냉동식품 포장지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검출한 사실을 연일 강조하며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도 그 때문이다. 19일에는 해외 유입 확진자를 통해 2명의 감염자가 새로 나온 베이징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 전문가들은 “코로나19는 이미 일상화됐고 언제든 통제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이처럼 확진자 발생에 극도로 민감해지면서 중국의 방역 피로감도 가중되고 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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