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조 충남지사, 대통령 거리두기 당부에도 사적 모임 바빴다

입력
2020.12.15 13:00
대통령 주재 중대본 회의 마치고 참석
전날도 송년모임 가 마스크 벗고 발언
"솔선수범 해야할 판에..." 도민들 싸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엄중한 상황에서 양승조 충남지사가 사적 지지자 모임에 잇따라 참석하자 “도민에게는 자제를 촉구하면서 정작 본인은 앞뒤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양승조 지사는 13일 저녁 공주의 한 식당에서 지지자 모임인 ‘양대산맥’ 발대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지지자 10여명이 참석, 양 지사와 함께 식사를 했다.

그러나 이날은 전국 코로나19 확진자가 1,030명을 기록했고 충남에서도 가장 많은 55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특히 사태의 심각성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직접 나와 회의를 주재했다. 평소 회의는 총리 주재로 부처 장관과 시·도지사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실천이 가장 강한 백신과 치료제이며 비상한 상황인 만큼 만남과 이동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며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켜주고, 일상적인 만남과 활동을 잠시 멈춰 주시기 바란다”며 국민들께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호소했다.

하지만 양 지사는 회의가 끝나자 공주로 이동, 사적 모임에 참석했다.

양 지사는 하루 전인 지난 12일에도 천안 쌍용동의 한 식당에서 지지자 수십명이 마련한 송년의 밤 행사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인사말을 하는 등 가급적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정부의 방역수칙 권고를 외면했다. 반면 행사에 함께 참석한 이정문 국회의원(천안병)과 한영신 충남도의회 의원 등은 마스크를 쓰고 발언했다.

행사 당시 주최 측은 인원제한과 철저한 방역소독을 했다면서도 사회적 분위기를 의식했는지 사진촬영은 금지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당국은 “원활한 공무수행이나 외교, 국방 행사 같은 의사전달이 필요한 브리핑 등은 예외적으로 마스크를 벗을 순 있지만 사적인 자리에서는 마스크 착용 예외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양 지사의 행보에 대한 도민들의 눈길은 싸늘했다.

도민 A씨는 “솔선수범을 하면서 도민에게 방역수칙 준수를 주문해야 한다”며 “사적 모임 이라지만 도지사의 이런 행보는 보기가 흉하다”고 말했다.

도민 B씨는 “양 지사가 지난 여름 ‘대권 도전’ 운운한 이후 크고 작은 행사참여가 잦아졌다”며 “세심한 도정수행과 도민의 심정을 먼저 헤아리는 자세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대통령 주재 대책회의가 있던 날은 일요일이었고 회의 이후 행사관계자의 요청으로 잠시 모임 자리에 들렀다”며 “지사의 일정을 꼼꼼히 점검해 오해나 문제의 소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챙기겠다”고 말했다.

이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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