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미국 무대 도전 기회에 ‘메이저 퀸’이 된 김아림(25ㆍSBI저축은행)은 공식 인터뷰에서도 특유의 호쾌함을 보이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미국을 넘어 세계 최고 권위의 여자골프 대회로 꼽히는 US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비결로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꼽기도 했다.
김아림은 15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챔피언스 골프클럽(파71ㆍ6,401야드)에서 끝난 제75회 US여자오픈 골프대회에서 최종합계 3언더파 281타로 정상에 올랐다. 최종일에만 6개의 버디를 잡아내고 보기는 2개로 막으며 4언더파를 기록한 역전극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처음 12월에 열린 이 대회의 신데렐라가 됐다.
평소 주눅들지 않는 성격에 경기 때마다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 익살스러운 리액션을 선보여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김아림은 이날 시상식에서도 자신의 기쁜 감정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공식 기자회견에 앞서 메달을 보며 “진짜 금이냐”고 묻거나, “마스크를 쓰고 기자회견을 해도 되느냐”고 확인하는 등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 또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더 해도 되죠?”라고 되묻기도 했다.
그는 시상식 인터뷰에서 “3라운드에서 아쉬운 플레이를 했기 때문에 오늘은 웬만하면 핀을 보고 ‘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공격적으로 하겠다는 각오로 나왔는데 생각대로 잘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2018년과 2019년 1승씩 따낸 그는 “사실 저는 미국이라고 해서 굉장히 넓고 러프도 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좁았다”며 “(코스에) 나무들도 생각보다 높아서 당황했지만 일찍 도착해서 대회를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많았다”고 소개했다.
3라운드까지 선두 시부노 히나코(일본)에게 5타 차로 뒤져 있다가 역전, 이 대회 사상 마지막 날 최다 타수 차 역전 우승 타이기록을 세운 김아림은 “너무 얼떨떨하다”며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막상 (우승까지) 오니까 머리가 하얀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오늘 내 플레이가 누군가에게 정말 희망이 되고 좋은 에너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 김아림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경기를 치러 눈길을 끌기도 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경기 중엔 마스크를 벗은 채 플레이 하는데, 그는 끝까지 방역에 최선을 다했다. 김아림은 “코로나19에 걸리는 것은 무섭지 않은데 제가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내 딴에는 이게 최선이라고 판단해서 불편을 감수하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연습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