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노동자 첫 지원, 상시 체제 갖춰야

입력
2020.12.1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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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 상반기 중으로 방문 돌봄 종사자와 방과 후 강사 등에게 1인당 50만원씩 지급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14일 이 같은 내용의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필수노동자 보호·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또 환경미화원에게 부담을 주는 100ℓ 종량제 봉투의 가정용 사용을 제한하고, 특수고용직 종사자의 산업재해보험 가입 제한을 폐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필수노동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는 상황에서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로, 그럼에도 고용 안정성과 임금 근무 여건은 취약하다. 돌봄종사자, 택배ㆍ배달 기사, 환경미화원 등이 대표적이다. 38만명이 넘는 요양보호사와 3만명에 달하는 아이돌보미는 장기요양보험 등 공공재원으로 운영되는 공공 체제에 속하지만 월평균 소득이 140만원 이하이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자리도 크게 줄어들었다. 방과후 교사 역시 방과후 교실 중단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에게 일회성으로 50만원을 지급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미국, 캐나다, 영국, 스위스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필수노동자들이 재난 상황에서 공공성 높은 서비스를 적절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와 정책을 수립해 시행 중이다. 미국은 의료 에너지 교육 등 18개 필수노동 종사자에게 1인당 최대 2만5,000달러(약 3,000만원)의 안전수당을 지급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외국 사례와 비교해 정부의 이번 지원 정책은 부족하지만, 처음으로 ‘필수노동자’를 인정하고 지원책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결코 그 의미가 작지 않다. 이런 지원체계 상시화를 위한 후속 조치에 나서야 한다. 또 현금 지원뿐 아니라 산재보험과 건강진단은 물론 택배 노동자의 경우 과로 방지대책 등도 마련돼야 한다. 비대면 생활이 확대되고 감염병이 빈발하는 코로나19 이후 ‘뉴노멀’ 대비를 위해선 필수노동자 관련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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