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확진 농가 간 차량 오갔다"… '농장간 전파' 본격화되나

입력
2020.12.13 17:00
12면
전남 영암 농가 2곳 동시 확진
나주 확진농가 역학조사 과정에서 발견
"차량으로 전파 가능성" 우려

전남 영암 농가에서 '농장간 전파'로 의심되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진 사례가 올 겨울 들어 처음 확인됐다. 지금까지 올 겨울 고병원성 AI는 주로 철새를 통해 산발적으로 퍼졌는데, 농장을 오가는 차량이나 사람 등을 통해 전파가 본격화하되면 자칫 '2016년 AI 대란'의 충격이 재연될 수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AI 확진 농가 방문 차량, 다른 농가도 들렀다

조류인플루엔자 중앙사고수습본부는 13일 전남 영암군 소재 육용 오리 농가 2곳에서 발생한 AI 항원에 대한 정밀 검사 결과, 고병원성(H5N8)으로 판정됐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 김포시 소재 산란계 농가에서도 고병원성 AI 확진 판정이 나와 이번 겨울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농가는 총 13곳으로 늘었다.

이날 영암에서 고병원성 AI 확진 판정을 받은 두 곳은 지난 9일 확진 농가(전남 나주)를 드나든 차량 동선에 포함돼 있어 전남 동물위생시험소가 역학 농장 검사를 진행한 곳이다. 그 동안 발생한 농가(1~10차)는 철새 등 야생조류를 통해 전파된 것으로 보여지지만, 이번에는 발생 농장 간 연결고리(‘농장간 수평전파’)가 처음 확인된 셈이다.

다만 농림축산식품부는 바이러스가 퍼지는 데는 여러 경로가 있는 만큼 아직 해당 차량이 전파의 매개라고 단언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나주 농가 방문 차량이 영암 농가 두 곳을 방문한 것은 맞지만, 철새나 설치류 등을 통한 전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단계”라며 “농가간 전파 여부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6년 되풀이 안돼" 초긴장 당국

고병원성 AI의 농장간 확산 조짐이 보이면서 당국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2016~2017년 사이 전국 383개 농가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했을 때 계란값이 폭등하는 등 피해가 컸는데, 당시에도 정부는 철새 외에 오염 지역 방문자, 차량 등을 바이러스 전파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 바 있다.

정부는 우선 이번에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농가 3㎞ 이내에서 사육하는 가금류에 대한 살처분을 진행하고, 반경 10㎞ 내 농가에 대해서는 30일간 이동 제한 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전남 영암군 내 모든 가금 농가에도 7일간 이동제한 조치가 내려진다.

이에 앞서 12일 자정부터 48시간동안 가금농장과 축산시설의 가축과 차량, 종사자에 대한 일시 이동중지 명령을 내렸다. 이틀간 고병원성 AI 전파 가능성이 있는 농장간의 교류를 차단하는 것은 물론, 농장과 축산시설, 차량에 대한 일제 소독에 나서기 위해서다.

여기에 더해 14일부터 24일까지 11일간은 전국 가금농장과 축산시설을 오가는 차량을 대상으로 위성위치정보시스템(GPS) 장착 여부와 정상 작동 여부를 점검할 예정이다. 차량을 통해 고병원성 AI가 전파되는 경우가 많은데 GPS 단말기 없이는 고병원성 AI 발생 농장을 들른 차량의 동선을 파악하기 힘들어 역학조사에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닭·계란 소비 느는데… 가격에 영향 줄까

고병원성 AI 확산으로 오리고기나 닭고기 등 가금육 가격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11일 오후 4시 기준 오리 가격은 1㎏당 1,699원(산지 기준)으로 지난해 12월(1,355원/㎏)보다 25.4% 올랐다. 계란은 소비자가격 기준 특란 10개당 1,856원으로 같은 기간 4.0% 올랐으나, 닭고기는 소비자가격 기준 1㎏당 4,999원으로 2.5% 하락했다.

농식품부는 현재까지는 닭, 오리의 공급이 충분해 수급이나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계란 가격이 오른 것은 코로나19로 인해 계란 소비가 늘어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세종 = 박세인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