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직접 방문한 것으로 유명한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선임연구원(박사)이 11일 "영변을 과소 평가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와의 간담회를 통해서다.
화상으로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서 헤커 박사는 영변 핵시설이 북한 핵문제에서 갖는 의미를 설명하면서 "과거 비핵화 협상에 비춰보면 제재와 압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이어 "제재 완화를 정책 수단으로 고려하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핵화는 장기적 과정"이라며 "외교적 접근과 함께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남북이 협력해 평화를 조성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헤커 박사는 2010년을 비롯해 여러 차례 북한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을 방문한 바 있다. 북핵 개발 수준의 일부를 직접 확인한 사실상 유일한 과학자인 셈이다.
그가 이날 간담회에서 영변 핵시설의 무게감을 강조한 것은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당시 미국이 북한이 내놓은 '영변 핵시설 폐기' 제안을 수용하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완전한 비핵화 과정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의미를 둘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에 문정인 특보는 "북측의 행보에 따라 차기 미국 행정부의 선택도 달라질 수 있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대북정책 추진 과정에서 동맹인 한국 정부와 긴밀한 협의를 강조해온 만큼, 한미 정책 공조로 긍정적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현재 한반도 정세 변화의 시기에 가능성과 기회를 잃지 않고,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을 위해 전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