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부 검사' 출신 윤갑근, '김봉현 폭로'로 결국 구속

입력
2020.12.11 07:24
베테랑 특수통 퇴직 뒤 야당 후보 총선 출마
'라임 판매' 우리은행 로비 명목 2억 수수 
김봉현의 금품로비 주장 일부 힘 실릴 듯
야권 정치인 첫 구속…  여권 수사는 답보


화려한 검찰 특수부 경력을 갖고 있던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이 '라임 사태'에 발목이 잡혀 결국 친정 후배들에게 11일 구속됐다.

서울남부지법 성보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윤 전 고검장을 상대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도망과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이날 새벽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김락현)는 지난해 4월 우리은행이 라임 펀드 판매를 중단했을 때, 은행 측에 로비한다는 명목으로 법률 자문료 형식으로 김 전 회장 측으로부터 2억 2,000여만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윤 전 고검장을 수사해왔다. 당시 자금은 라임 부동산 시행사 메트로폴리탄의 김영홍(해외 도피 중) 회장이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지난 10월 공개한 옥중편지에서 "라임 펀드 판매 재개 관련 청탁으로 우리은행장 로비와 관련해 검사장 출신 야당 쪽 유력 정치인 변호사에게 수억원을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폭로 이후 윤 전 고검장 자택과 사무실, 우리은행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의혹이 불거지자 윤 전 고검장은 "정상적인 자문계약을 체결해 법률 자문료를 받은 것이고 세금처리까지 모두 마쳤다. 김 전 회장과는 모르는 사이"라고 주장했지만, 구속을 피하지 못했다.

윤 전 고검장이 구속되면서 김 전 회장의 정·관계 로비 주장은 일부 설득력을 얻게 됐다.다만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권 정치인 수사는 답보 상태라, 검찰이 야권 정치인 수사에만 속도를 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윤 전 고검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서울중앙지검 3차장, 대검 반부패부장을 지내는 등 검찰 재직 시절 특수수사의 베테랑으로 꼽혔다. 지난 4·15 총선에서 충북 청주 상당 지역구에 출마했지만 낙선했으며, 현재는 국민의힘 충북 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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