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50 탄소중립 비전'을 10일 선포했다. "임기 내에 확고한 '탄소중립 사회'의 기틀을 다지겠다"는 각오를 전하면서다. 문 대통령은 특히 "국민 한 분, 한 분의 작은 실천"을 강조했다. '탄소중립'이 단순히 선언적 성격에 그치는 것이 아닌, 실천적 구호라는 점을 역설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연설을 통해 "먼 나중의 일로 여겼던 기후위기가 우리의 일상에 아주 가까이 와 있었다"며 "기후위기는 코로나와 마찬가지로 가장 취약한 지역과 계층, 어려운 이들을 가장 먼저 힘들게 하다가 끝내는 모든 인류의 삶을 고통스럽게 할 것"이라고 우려를 전했다. '2050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설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짚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탄소중립은 어려운 과제이지만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이를 위해서는 국민 모두의 참여와 실천이 수반돼야 한다고 독려했다. 일회용품 줄이기, 재활용품 분리배출 등 '작다'고 여겨지는 행동들이 지구를 되살리는 '큰 목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장 근본적 원칙을 문 대통령은 언급했다. 또 내년 5월 한국이 개최하는 제2차 ‘녹색성장 및 2030 글로벌 목표를 위한 연대’(P4G) 정상회의를 계기로 탄소중립을 위한 국제 사회와의 협력과 연대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연설은 '흑백'으로 전국에 생중계됐다. 청와대는 "천연색 자연을 볼 수 있던 과거와 달리, 첨단기술이 발전한 지금은 오히려 미세먼지로 회색빛 하늘에 갇힌 현실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술발달로 인해 고화질 영상을 이용할수록 탄소사용이 증가하게 되는데, 흑백 화면을 통해 '디지털 탄소발자국'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시키려 했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또 폐플라스틱 등을 활용해 제작한 넥타이도 착용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기후위기 심각성을 담은 영상과 고(故) 신해철씨가 1992년 작사ㆍ작곡한 '더 늦기 전에'라는 곡의 뮤직비디오 영상도 공개됐다. '더 늦기 전에'는 당시 환경을 주제로 열린 최초의 캠페인 공연 '제1회 환경보전슈퍼콘서트' 주제곡으로도 사용됐다. 영상들은 영화 기생충 번역으로 국내에 널리 알려진 달시 파켓의 영어 번역으로 전 세계에 공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