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미국을 휩쓸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종(D614G)이 인도차이나 반도에 뒤늦게 상륙해 맹위를 떨치고 있다. 같은 동남아의 해양권 국가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에서 이미 8월부터 기승을 부린 D614G가 미얀마를 숙주로 이 지역에 급속히 확산되는 모양새다.
10일 방콕포스트 등 인도차이나 현지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태국 시리라지병원 의학부는 "최근 확산되고 있는 미얀마와 태국 등 인도차이나 반도의 코로나19의 60%가 중국 우한의 D614 바이러스가 아닌 D614G로 확인됐다"며 "인도차이나의 D614G는 우한 바이러스보다 20%가량 전파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 1월 독일에서 처음 검출된 D614G는 현재 유럽 전역과 미국은 물론 지난 5월 한국의 이태원발(發) 집단감염 사태 당시에도 무서운 확산세를 보여준 바 있다.
D614G 출몰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나라는 미얀마다. 지난 8월16일 이전까지 400명도 안되던 확진자가 서부 라카인주 지역감염을 시작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해 이날 기준으로 10만3,166명에 달했다. 역내 최대 감염국이자 코로나19 발병지로 의심 받는 중국(8만6,661명)도 뛰어넘은 수치다.
미얀마와 국경을 맞댄 태국(4,151명)의 상황도 위태롭다. 8월 이후 군대를 동원한 대대적인 국경 봉쇄를 벌였지만, 지난달 24일 미얀마 타칠레익주(州) 유흥업소에서 일한 태국 여성들의 밀입국으로 치앙라이주 등에서 약 40여명이 확진자가 나오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캄보디아(354명) 역시 같은 달 28일 내무부 교정당국 가족의 지역감염 확인 이후 30명 이상이 양성 판정을 받는 등 확산 추세가 뚜렷하다.
인도차이나의 D614G 확산은 이 지역의 열악한 의료시설과 공중보건 상태 때문에 더 치명적이라는 평가다. 선진국인 서구권 및 한국과 달리 이들 나라는 진단키트는 물론 대규모 검사 역량을 여전히 갖추지 못하고 있어 통행 금지 등 물리적 방역 카드만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심각한 경제난으로 음지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불법 성매매 산업도 확산의 주범으롤 꼽힌다. 실제로 라오스(41명) 역시 미얀마 유흥주점에서 일한 뒤 확진판정을 받은 2명의 여성이 머물렀던 똔페웅 지역 등을 최근 봉쇄하며 확산 방지에 안간힘이다.
미얀마와 반도 반대 편에 위치한 베트남(1,381명)은 D614G의 영향을 덜 받고 있다. 다만 베트남도 지난달 89일만에 호찌민시에서 일본발 확진자가 다시 나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베트남 보건당국 관계자는 "미얀마ㆍ태국ㆍ캄보디아에서 오는 인원에 대한 검사와 방역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