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센터진을 활용한 ‘속공’이 남자 배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각 구단 감독들이 빠른 플레이를 강조하는 데다 속공 플레이를 선호하는 세터들이 올 시즌 주전으로 뛰면서부터다.
10일 한국배구연맹(KOVO)에 따르면, 베테랑 세터 한선수(대한항공)의 경우 기존 센터진(김규민ㆍ진상헌)이 군입대와 이적으로 빠지면서 구성이 달라졌지만 속공 구사율은 19.8%로 여전히 높다. 지난 시즌(18.1%)보다도 중앙 공격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실제로 9일 삼성화재전에서는 센터가 4명이나 교체 투입됐는데도 4명 모두 공격에 활용하며 상대 블로커를 흔들었다. 한선수는 경기 후 “아직 센터진과 완벽한 호흡이 나오진 않지만 시즌을 치를수록 점차 성공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팀을 옮기며 주전 세터로 자리잡은 황동일(한국전력)은 리그에서 가장 많이 사용(20.7%)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시 국가대표 센터 신영석의 영향이 크다. 한전이 개막 후 6연패를 당할 당시 속공 구사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극적인 반전이다. 많은 속공으로 상대 블로커가 분산되면서 윙공격수의 공격 성공률도 덩달아 상승 중이다. 이민규(OK금융그룹) 역시 속공 부문 리그 1위인 진상헌(71.8%)과 박원빈(9위ㆍ50.9%)을 앞세워 중앙을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속공 비중은 17.0% 정도지만 성공률은 59.8%로 리그에서 압도적인 1위다.
속공 트렌드를 이끄는 또 다른 주인공은 하승우(우리카드)다. 지난달 24일 주전 세터로 자리 잡은 뒤 팀 공격에서 속공 비중이 크게 늘었다. 지난달 27일 현대캐피탈 전에선 19.04%를 찍었고 4일 삼성화재전(15.7%) 8일 KB손해보험전(19.7%) 등 올 시즌 속공 구사율이 18.6%나 된다. 하승우와 찰떡 호흡을 보이는 센터 하현용(우리카드)은 “(하)승우가 요즘 자신감이 많이 붙어서 속공을 자주 올려준다”라며 흡족해했다.
시즌 중 한국전력에서 현대캐피탈로 이적한 세터 김명관의 변화는 극적이다. 이적 전 속공 시도율은 8.3%에 불과했지만 이적 후에는 무려 22.1%로 치솟았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이 경기 중 적극적인 속공을 강조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성공률은 리그 6위(51.4%)로, 공격수와 호흡을 맞출 시간이 더 필요하다.
반면, 선두 다툼 중인 KB손해보험은 국가대표 세터 황택의가 있는 데도 중앙 공격력이 눈에 띄지 않는다. 속공 구사율이 12.4%로 7개 구단 주전 세터 가운데 가장 낮다. 라이트 케이타의 공격력이 확실하다는 점도 작용하지만 속공 성공률이 리그 최하위(49.0%)인 점은 최근 주춤하는 팀 성적을 돌아볼 때 분명히 짚어야 할 요소다. KB손해보험은 지난 시즌에도 속공 성공률이 리그 최하위(51.3%)였다. 특히 케이타의 공격이 최근 상대 블로킹에 읽히면서 1, 2라운드 때의 파괴력이 나오지 않는 만큼 중앙 공격력을 끌어올리면서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