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별 방한' 비건 "이번이 마지막 서울 방문 아닐 것"

입력
2020.12.09 18:20
"한국 측 파트너 매 순간 신뢰했다"...아쉬움 쏟아내


임기 중 사실상 마지막 방한 일정을 소화 중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9일 한국 측 당국자들을 만나 한반도 지역 정세를 논의했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를 방문한 비건 특별대표는 최종건 1차관과 회동했다. 최 차관은 모두 발언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번 방한을 고별 방문으로 보지만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당신의 이번 방문은) '안녕'이 아니다. 부장관이든 아니든 우리 관계는 항상 긴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건 특별대표는 "서울에 다시 와서 기쁘다. (나 역시) 이번이 마지막 서울 방문이 아닐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학연'을 둘러싸고 가벼운 농담도 주고받았다. 비건 특별대표는 "오하이오주립대와 미시간대학 간 현안에 대해서도 얘기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최 차관이 연구원으로 있었던 오하이오주립대와 비건 특별대표가 졸업한 미시간주립대가 미국 내에서 미식축구 라이벌 관계라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비건 특별대표는 자신이 북핵 실무협상 대표로 임명된 2018년 8월 이후 2년 넘게 카운터파트 관계에 있던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향해서도 애틋한 석별의 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날 오후 외교부에서 이 본부장과 만난 비건 특별대표는 "우리가 함께 일한 지난 2년 반은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그리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정상급 리더십의 여정이었다"면서 "규범과 예측가능한 과거의 행동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갖고, 정상 차원의 관여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비전을 진전시키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당신과 나, 그리고 한미 협상 팀 간 우정의 여정이기도 했다. 당신을 매 순간 믿었다"면서 평소 친분이 깊은 이 본부장에 대한 각별한 신뢰도 강조했다.

이 본부장도 비건 대표와의 첫 만남을 언급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우리가 몇번 만났는지 세는 것을 관뒀을 정도로 많이 만났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과제는 분명하다"며 "오늘 이 전환기의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앞으로 북한과의 대화 모멘텀을 유지하는 방안에 대한 유익한 협의를 갖게 되기를 바란다"고 이 본부장은 밝혔다.

비건 특별대표는 이날 한반도 지역 현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선 "내일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힐 것"이라고만 답했다. 비건 대표는 10일 민간 외교정책 싱크탱크인 아산정책연구원에서 '한미동맹과 한반도의 미래'를 주제로 연설할 예정이다.



조영빈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