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로 못 뛴 월드컵, 지도자로 도전” 축구인생 2막 여는 정조국

입력
2020.12.09 16:45


프로선수 생활을 마치고 지도자로 축구인생 2막을 여는 정조국(36)이 “선수로 뛰지 못한 월드컵 본선 무대에 지도자로 나서고 싶다”고 밝혔다.

정조국은 9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지도자 정조국’으로 돌아오겠다는 뜻을 전했다. 2003년 FC서울 전신인 안양LG 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한 뒤 K리그에선 경찰청, 광주, 강원, 제주 유니폼을 입었던 그는 올해 제주의 K리그2(2부리그) 우승과 이에 따른 승격을 확정한 뒤 은퇴를 결심했다.

정조국은 이날 “당장도 ‘조금 더 (선수를)할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다음 단계(지도자) 준비를 시작하기에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라고 판단했다”며 “배움과 경험으로 단단해져서 선수들이 인정할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프랑스 무대에 진출한 기간을 뺀 17시즌 동안 K리그 통산 392경기에 출전해 121골 29도움을 기록했다. 2003년 신인상, 2016년엔 득점왕(20골)과 시즌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쥐었다. 리그에서는 정상급 선수로 활약하면서도 유독 대표팀과는 인연이 없어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아보지 못한 것 또한 마음에 남았다.

이런 마음 때문인지 그는 “선수로는 가지 못했던 월드컵 무대에 지도자로서 꼭 한 번 나가고 싶은 게 가장 큰 소망”이라며 “선수 시절의 잘못된 준비, 착오의 경험을 바탕으로 잘 준비하겠다”고 지도자로의 목표를 밝혔다. 1년 반 정도 밖에 보내지 못한 유럽 생활에 대해서도 “유럽을 가보고 싶었기에 후회는 없다”면서도 “더 많은 골을 넣지 못한 아쉬움은 남는다”고 했다.

선수 생활을 정리하는 자리에서 그는 은사들을 떠올렸다. 정조국은 “당돌했던 철부지를 믿고 기다려주시고 프로 선수로 만들어 주신 조광래 감독님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조광래 대구FC 대표는 안양LG 감독 시절 정조국을 데뷔시켰다. 그는 이어 “박수 받으며 떠날 수 있게 해주신 제주의 남기일 감독님께도 고맙다”고 밝혔다.

정조국은 가족 얘기가 나오자 말을 잇지 못한 채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정조국은 2009년 배우 김성은 씨와 결혼해 세 자녀를 둔 그는 “선수가 아닌 ‘인간 정조국’은 결혼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선수 정조국’의 가장 큰 팬도 아내였다”며 “많은 눈물을 흘렸던 아내에게 고맙고, 앞으로 받들어 모시며 살겠다”고 약속했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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