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생방송 중 곡괭이로 유리창 깬 40대 징역 1년 6개월

입력
2020.12.09 17:10
"방송국이 휴대폰 도청" 편집성 조현병 발현
법원 "죄질 안 좋아" 3,400만원 배상 명령도

생방송 중인 방송국 라디오 스튜디오 유리창을 곡괭이로 깨부숴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4단독 권영혜 판사는 9일 특수재물손괴 및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A(47)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배상을 신청한 KBS에 3,39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명령도 내려졌다.

권 판사는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고 범행해 사람의 신체나 재산에 심각한 피해를 줄 위험성이 컸기에 죄질이 좋지 않다"며 "당시 방송이 중단됐고 제작진이 겪은 공포심과 불안감 등 정신적 고통이 회복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권 판사는 다만 "범행을 자백한 점과 2005년부터 편집성 조현병으로 치료를 받아온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A씨는 8월 5일 오후 3시 40분쯤 생방송 진행 중이던 서울 여의도 KBS 본관 공개 라디오 홀에 침입, 곡괭이로 스튜디오 외벽 유리창을 깨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당시 A씨는 유리벽을 깨는 데 사용한 큰 곡괭이 외에도 작은 곡괭이 2개와 가스총을 가방에 넣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난동이 일어난 당시 스튜디오에서는 KBS 라디오 '황정민의 뮤직쇼' 생방송이 진행 중이었다. 이날 방송에는 DJ 황정민 아나운서와 치과의사 겸 방송인 김형규씨가 출연진으로 나왔다. A씨 외에 부상자는 없었으나 황 아나운서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하며 입원하기도 했다.

A씨는 조사 과정에서 평소 자신의 일상에서 발생하는 일이 라디오 프로그램 소재로 나오자 "방송국에서 휴대폰을 도청해 찾아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변호인은 재판에서 "2005년쯤부터 우울증과 편집성 조현병 등으로 치료받아 왔으나 증상이 제대로 발현된 적이 없어 가족들이 잘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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