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힘의 모범’보다 ‘모범의 힘’으로 이끌 때 가장 강력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8일(현지시간) 미 시사잡지 ‘애틀랜틱’에 기고한 글 ‘내가 왜 국방장관에 로이드 오스틴을 선택했는가’에서 피력한 신념이다. 그는 오스틴 지명자가 이런 생각을 자신과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고문에는 바이든 당선인의 대외 정책 구상이 잘 나타나 있다. 그는 “우리는 오스틴처럼 군대가 국가 안보 수단 중 하나일 뿐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군대를 최후의 수단으로만 활용하고 외교관ㆍ전문가들이 외교 정책을 주도하도록 권한을 부여한다는 게 그와 내가 공유하는 약속”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당선인이 우선시하는 건 무력 같은 군사적 수단보다 명분ㆍ대화를 중시하는 외교적 해법이다. 그는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위협은 10년 전, 심지어 5년 전 직면한 것과도 똑같지 않다”며 “우리는 과거의 전쟁과 계속 싸우는 대신 미래 도전에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외교로서 주도하고 동맹을 재활성화하는 외교 정책을 구축해야 한다”며 “회의 테이블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복원하고 전염병 대유행에서 기후변화, 핵 확산에서 난민 위기까지 세계가 글로벌 위협에 대처하도록 결집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 대통령이나 당선인이 인선 배경 설명을 위해 언론에 기고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때문에 오스틴 지명자의 자격 논란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행법상 국방장관을 맡으려면 퇴역 후 7년이 지나야 하지만 2016년 퇴역한 오스틴의 경우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규정 적용을 면제할 수 있는 의회 승인을 받은 이는 지금껏 1950년 조지 마셜, 2017년 짐 매티스 국방장관 등 2명뿐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오스틴 지명자가 상원 인준 청문회를 통과하면 미 역사상 첫 흑인 국방장관이 된다는 점을 부각하며 “국가가 직면한 막대하고 긴급한 위협과 도전을 생각할 때 신속한 인준이 필요하다”고 협력해 줄 것을 의회에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