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였으면 CES에 보낼 아이템을 정하는 회의 때문에 정신없을텐데… 현 시국에선 어쩔 수 없죠."
세계 최대 가전·정보통신(IT) 전시회인 '세계 가전 전시회'(CES)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으로 열리게 됐다. CES가 시작된 1967년 이후 54년 만에 처음이다. CES는 전세계 가전 업체들이 일제히 신제품을 선보이면서 한 해 기술 트렌드를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전시회다. 주요 업체들의 고위관계자들도 총 출동해 비즈니스 미팅도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만큼 기업인들은 이번 온라인 CES에 대해 아쉬움이 크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11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CES 2021은 제품 전시부터 기조 연설까지 전부 온라인으로 개최된다.
가전 업체들의 전시회에서 시작한 CES는 최근 인터넷 업체나 자동차·배터리 업체까지 참가하는 등 영향력을 대폭 확대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5세대(5G) 이동통신 등 기술 발전에 따라 업종을 넘나드는 융합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열린 CES 2020에서는 4,419개가 참가했으며, 17만명이 방문했다.
삼성전자·LG전자 모두 CES 2021에 온라인 참가를 확정했지만 전시 방식을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9월 독일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IFA도 디지털 방식으로 열렸지만, 흥행은 저조했기 때문이다.
LG전자 관계자는 "3D 렌더링으로 가상공간에서 가상으로 만든 제품을 보여주면서 이를 누르면 동작원리를 설명하는 등 준비를 하고 있다"며 "제품을 누르면 동작원리를 보여주는 기능을 추가하지만 실제 오프라인에서 보여주는 것과는 달라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CES는 제품을 소개하는 것 외에 국적과 업종을 불문한 비즈니스 장의 역할도 해왔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참가업체들의 최고경영자(CEO)들은 CES에서 주요 협력사들과 분단위 미팅을 진행해왔다. 올 1월 열린 CES 2020에서는 AI 생태계 확대에 나서고 있는 구글과 아마존이 거대한 전시장을 꾸미면서 IT 업계 관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중국 등 경쟁사들의 기술 현황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영진들은 CES 출장에서 기존 고객사를 만나 현황을 확인하고, 새로운 파트너와의 협력도 진행한다"며 "제품 전시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 만큼 온라인으로 열리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판로 개척이 어려운 스타트업들도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ㆍ코트라)와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등은 매년 CES에서 공동 한국관을 꾸며 국내 중소 스타트업의 CES 전시를 지원했다. CES 2020에서도 총 95개 기업이 한국관에서 자사의 제품을 소개했다. CES 기간 동안 현장에서 투자를 제안받거나 타 업체와의 사업협력도 이뤄진다.
코트라 관계자는 "스타트업들에게 CES는 전세계에 자사의 제품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만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며 "올해는 온라인이라도 참가를 희망하는 중소 스타트업에게 지원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