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과 법무부가 이른바 '판사 사찰 문건' 의혹과 관련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권남용 혐의 수사를 두고 격돌했다. 해당 수사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측 인사인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주도했는데, 대검이 8일 “공정성이 의심된다”면서 이 사건을 서울고검으로 이첩하자, 법무부가 즉각 유감을 표하며 반박에 나선 것이다. 두 기관 간 ‘기 싸움’이 더욱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특히 오는 10일 윤 총장 징계위원회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판사 사찰 문건’ 의혹 수사 자체를 대검이 문제 삼은 건 사실상 윤 총장 측의 ‘반격’으로 볼 여지가 많다. 추 장관으로선 법원의 윤 총장 직무복귀 결정,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부적정한 감찰ㆍ징계 추진’ 판단 등에 이어 또 다른 대형 악재를 만난 셈이다.
이날 대검은 판사 사찰 문건 수사 과정에 대해 “대검 감찰부 수사의 공정성과 정당성을 의심할 만한 사유를 발견했다”는 대검 인권정책관실의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수사를 서울고검에 재배당했다. 법무부의 ‘비공식 수사의뢰’에 따라 대검 감찰부가 정식 수사에 나선 사건을 다시 대검이 중단시킨 것이다. 윤 총장은 이해충돌을 이유로 이 사건 지휘를 회피했고, 해당 지시는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가 내렸다.
대검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건 수사 착수 단계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대검은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재판부 분석 문건’을 불확실한 경로로 입수해 법무부에 전달했다가, 다시 수사참고자료로 되돌려 받았다”고 밝혔다. 문건의 전달 과정 자체가 수상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대검은 또, 대검 감찰부가 사실상 윤 총장을 겨냥했으면서도 ‘성명불상자’를 피의자로 입건하고, 문건 생산부서인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옛 수사정보정책관실)에 대한 압수수색 진행 상황을 법무부와 부적절하게 공유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대검은 감찰3과장이 “감찰부장의 문건 입수 경위 등을 몰랐다”면서 스스로 수사 중단 의사를 표시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러한 사실이 전해지자 법무부는 이날 오후 즉각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무부는 “적법절차 조사 등을 이유로 (대검) 인권정책관실을 통해 감찰부의 판사 사찰 수사에 개입한 것”이라며 “결국 검찰총장의 직무복귀 이후 감찰부의 수사가 중단된 것”이라고 못 박았다. 윤 총장이 대검의 이번 조치 배후에 있다는 의심을 드러낸 셈이다.
법무부는 또, 이 사건을 서울고검에 재배당한 데 대해 “채널A 사건 관련 정진웅 차장검사를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의혹 등을 볼 때 공정한 수사가 진행되긴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검언유착 의혹’ 수사 과정에서 한동훈 검사장을 독직폭행한 혐의를 받는 정 차장검사를 서울고검이 기소했다는 점에서, 이 사건 수사도 결국 윤 총장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이라고 예단한 것이다.
이날 법무부와 대검의 충돌은 계속 이어졌다. 법무부는 “대검의 이번 조치와 관련,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 필요성 등을 종합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예정”이라며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검토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자 대검이 추가 설명 자료를 내고 “검찰총장의 비위 의혹에 대한 사건이라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특임검사로 처리하는 게 마땅하다고 보고 사전에 법무부 측에 이런 의사를 전했지만, 법무부가 소극적 입장을 보여 불가피하게 서울고검에 배당한 것”이라며 재반박한 것이다. 대검 내에선 “법무부의 무리수가 계속 발견되는 상황” “수사 주체의 공정성 이슈에선 법무부가 오히려 불리하다는 의견이 앞선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