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8일 "포괄적ㆍ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계속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CPTPP 가입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 새 행정부 출범과 중국의 가입 의사 표명을 염두에 두고 가입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진행된 제57회 무역의날 기념식 축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회복되는 세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모든 나라가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고, 보호 무역의 바람도 거셀 것"이라며 "시장 다변화는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최종 서명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언급하며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를 더욱 넓혀 가겠다"고 강조했다. 신남방ㆍ신북방 국가를 중심으로 한 FTA 체결 및 중남미 시장과의 협상 등을 목표로 제시한 뒤 문 대통령은 "CPTPP 가입 검토"까지 언급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이 CPTPP에 복귀를 검토할 가능성이 커진 것과 연관이 깊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일본ㆍ호주ㆍ캐나다 등 동맹국·우방국을 중심으로 TPP를 만들었는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보호주의 기조를 내세우며 탈퇴했다. 미국 탈퇴 후 일본이 주축이 돼 만든 게 CPTPP로, 다자주의를 표방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다시 가입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이 공식적으로 가입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다.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CPTPP 가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한 것도 문 대통령은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CPTPP에 대한 중국의 전향적 태도는 한국의 CPTPP 가입에 대한 중국의 반발이 누그러졌다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미중 갈등 속에 중국이 참여하는 RCEP과 미국 중심의 CPTPP에 한국이 동시 가입하면 '모종의 견제'를 받게 될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RCEP과 CPTPP를 대립적 관계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아직 가입을 전제로 한 협상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은 아니라지만, 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가입을 검토한다'고 한 만큼 정부가 협상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필요하면 우리도 가입할 수 있다고 얘기를 한 바 있고, (오늘 대통령 발언이) 이전 맥락ㆍ방향과 다르지는 않다"며 "대통령이 직접 의지를 갖고 말씀을 하신 것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