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면역' 해야 하는데... 백신 접종시기·대상 여전히 불투명

입력
2020.12.0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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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4,400만명분. 8일 정부가 밝힌 백신 확보량이다. 4,400만명분이라면 전 국민의 88%에 해당하는 양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 정도 양을 확보했다는 것은 일단 다행이다. 하지만 접종과 집단면역 형성에까지 이르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전문가들은 전 국민의 60% 이상 백신을 접종해야 코로나19에 대한 집단면역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우리나라 국민 절반 정도가 백신을 접종하면 급속하게 집단면역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인플루엔자(독감)의 경우 백신이 접종되면 환자 수가 뚝 떨어진다. 집단면역의 힘이다.

그렇다면 백신 접종은 가능한 한 빨리, 또 많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접종 시기와 대상을 정하는 데 매우 신중한 입장이다.

이번에 확보한 백신들은 내년 2,3월부터 순차적으로 국내에 들어와 연말까지는 도입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계약됐고, 경북 안동의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아스트라제네카가 제일 먼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산술적으로만 따지면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이르면 3월부터도 접종이 가능하다.

하지만 정부는 좀 더 두고 보자는 입장이다. 지금 코로나19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에 확신을 가질 수 없어서다. 지금 현재 거론되는 백신이 아무런 효과가 없다거나,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가 아니다. 제약사들이 현재까지 공개한 자료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의 심각한 부작용은 없다. 남재환 가톨릭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화이자, 모더나 같은 mRNA 백신이나 아스트라제네카, 존스앤드존슨 같은 바이러스 벡터 백신 모두 기존 다른 백신들에서 나타나는 가벼운 부작용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며 “일부 높은 부작용이 있었으나 백신을 취소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임상시험을 어느 정도 거친 만큼 안심은 해도 되지만, 100% 확신할 수준은 아니라는 얘기다. 제약사들조차 앞으로 있을 지 모를 부작용에 대해 각국 정부에 면책을 요구하고 있다. 박 장관은 “지금 현재 상황에선 불공정 계약이라 해도 일정 부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며 “대신 국내에서 접종을 시작하기 전 별도로 안전성을 추가 검증하겠다”고 약속했다.

거기다 하루 수천 명 이상 확진자가 쏟아지는 외국에 비해서 한국은 그나마 안정적으로 코로나19에 대처하고 있다는 점도 감안됐다. 우리보다 훨씬 다급한 해외에서 접종이 시작됐으니, 그 추이를 지켜보면서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이다.

접종대상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취약계층이나 보건의료인 등 우선 접종 권장 대상 3,600만명에게 우선 맞히겠다는 계획만 내놨다. 연령, 성별, 백신 제품별 특성 등을 감안해 어떤 사람에게 어떤 백신을 맞히는 게 가장 좋은지 검토할 필요도 있다. 박 장관이 “외국이 2, 3개월 접종하고 난 뒤 부작용들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나서 우리 국민들에게 접종하는 게 올바른 순서라고 판단한다”고 말한 이유다.

효과 문제도 있다. 가령 아데노바이러스를 운반체로 사용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두 번 맞아야 하는데, 두 번째 접종은 효과가 떨어져 다른 백신과의 교차접종이 검토되고 있다. 남 교수는 “동물에 감염되는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은 오래 전 상용화했지만 효과가 그리 좋지 않다”고도 말했다.

보관과 유통에도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의 저온 보관시설이 필수다. 미국과 독일에선 이미 별도 보관설비를 구축했다. 박 장관은 “우리도 새 시설을 만들거나 기존 시설을 개조하는 방법으로 저온 백신을 위한 접종센터를 구축하는 게 불가피하다”며 “구체적인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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