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이 죽어가던 에어비앤비도 살렸다?

입력
2020.12.08 12:04
백신 소식에 美상장 앞둔 
에어비앤비 공모가 상향
하나·모두·참좋은여행 주가 급등
"내년부터 여행산업 정상" 전망도


여행용 짐가방을 끌고 국제공항을 들어섰던 날이 까마득한 과거가 된 지 오래. 머지않아 국경을 넘을 것이란 희망에 '베팅'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지고 있다.

영국이 세계 첫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달 상장을 앞둔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는 공모 흥행을 예고했고 국내 증시에선 여행주가 들썩였다. 업계에선 "코로나 이후를 생각해야 한다"며 관련 여행주 목표주가를 상향하고 나섰다.

에어비앤비 흥행 예고... "코로나 이후 보자"

올해 기업공개(IPO)에 나선 에어비앤비는 오는 10일 미국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기업가치를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에어비앤비는 1주당 공모가 희망범위를 55~60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최근 에어비앤비가 밝힌 애초 희망범위(44~50달러)보다 20% 가량 상향된 금액이다.

이대로 공모가가 결정되면 에어비앤비는 최대 420억달러의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다. 우리 돈으로 약 45조6,000억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앞서 에어비앤비는 공유경제 사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지난해 상장 계획을 한 차례 연기했다. 올해 초 코로나19 직격탄까지 맞으며 한때 상장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미 증시 호황에 따라 주식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이 몰리면서 불과 몇 달 만에 상황은 달라졌다. 현지언론은 "코로나 백신으로 여행수요가 되살아날 것이란 전망이 에어비앤비에 자신감을 불어 넣었다"고 평가했다.

백신접종 낭보에 국내외 여행주도 '들썩'

영국의 백신 접종 시작과 우리 정부의 백신 확보 소식이 잇달아 전해진 8일 국내 여행주도 들썩였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여행업계 1위 하나투어를 필두로 국내 여행주들이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8분 현재 하나투어는 전날보다 2.79% 오른 5만9,000원에 거래가 진행 중이다.

모두투어와 노랑풍선도 각각 6.08%, 1.64%씩 오름세다. 최근 1만원에 해외여행 예약 프로모션을 진행해 화제가 된 여행업체 참좋은여행 주가는 장중 7%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해외도 상황은 비슷하다. 세계 최대 크루즈 업체 카니발은 지난달 이후 최근까지 주가 상승률이 70%에 달한다. 올해 연초만 해도 주가가 50달러선을 웃돌았던 카니발은 코로나19 확산에 지난 4월 7.97달러까지 폭락했다가 최근 23달러까지 올랐다. 같은 크루즈 업체인 로얄 캐리비안 크루즈와 여행업체 익스피디아도 최근 한 달 새 주가가 각각 45%, 34%씩 급등했다.

"여행소비 폭발"... 목표주가도 2배 상향

업계에선 코로나19 이후 여행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최근 여행주들의 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화이자, 모더나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연일 진척된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을 알리면서 지난 1년간 코로나 직격탄에 희망을 찾을 수 없었던 여행업계도 숨통을 트일 것이란 전망에서다.

내년부터 글로벌 여행산업이 점차 고개를 들 것이란 전망에 업계에선 여행주들의 가치를 상향하고 나섰다. 이날 유안타증권은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에 대한 투자의견을 '보유'에서 '매수'로 상향했다. 두 기업의 목표주가 역시 하나투어는 기존 4만4,000원에서 8만8,000원으로, 모두투어의 경우 1만6,000원에서 3만8,000원으로 2배 이상 올렸다.

내년 주요국들의 코로나 백신접종이 차질없이 진행된다고 가정할 경우 대형 여행사들의 실적이 먼저 개선될 것이란 게 그 이유다. 박성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내년 2~3분기부터 선진국을 필두로 여행업 회복이 시작되면서 4분기 이후 글로벌 여행산업이 코로나 이전의 수준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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