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기본법이 올해 제정되었습니다. 전국 지자체에서 청년 정책이나 조례, 공공서비스를 만드는 기틀이 될, 공통 가이드라인이 2020년 올해 생겨난 셈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전국의 지자체에서는 법안 제정에 발맞추어 청년정책과 공공서비스의 설계와 시범운영이 속속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막 시작하는 지자체에 항상 수범사례가 되는 두 군데 지자체가 있습니다. 바로 서울특별시와 광주광역시인데요. 청년들을 위한 정책적 지원과 공공서비스의 연구가 가장 먼저 시작된 서울, 그리고 지역 상황에 맞게 청년 정책을 다듬고 적용해 안착에 성공한 광주광역시. 이렇게 선도 모델과 정착 모델로서의 의미를 가진달까요?
이렇게 청년 정책의 맏형 역할을 하던 두 지자체는 올해 당황스러운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청년 지원예산의 대폭 삭감이라는 통보를 받은 것이지요. 서울시의 청년 자율예산은 18%, 광주광역시는 33%가 삭감되었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긴급예산 확보를 위한 전 분야의 삭감이 아닌, 별개의 문제로 말이지요. 때로 이러한 소식을 전하면 이런 댓글이 달립니다. ‘잘됐네! 젊은 애들 생돈 퍼주고 그러니까 일을 안 하지’라고요. 이런 말들이 나오는 이유를 압니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청년 정책은 ‘청년 수당’, 즉 금전 지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청년 정책이 ‘돈 주는 청년 수당’ 하나뿐일까요? 아닙니다. 대부분은 청년이 삶과 직업을 찾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비금전적 지원이고,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목적입니다, 굳이 기성의 화법으로 말하자면 ‘돈 받으며 놀게 만드는 정책’이 아니라 ‘뭐라도 일 할 수 있게 돕는’ 정책이란 거지요. 실제로 삭감된 예산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근로하는 청년들이 기초 자산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내일채움 공제라던가, 구직 지원사업, 코로나19로 정신적 타격을 받은 청년들이 1:1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마음 건강 지원사업 등입니다.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닌, 물고기를 잡는 법을 깨우칠 수 있는 시간을 벌어 주는 사업이라고 해야 하겠지요.
그런데도 누군가는 말합니다. 그게 다 우리 세금이고, 더 힘든 사람들이 많다고요. 하지만 정말로 소중한 내 세금이 생뚱맞은 젊은 애들에게 ‘빼앗기’는 일일까요? 한국 사회에 소위 은둔형 외톨이라고 부르는 고립 청년이 13만명으로 추산되는 지금, 청년들이 점점 더 나아가지 못한 채 사회에서 사라져 간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지원해 줄수록 나태해지니까 오히려 돈을 다 끊으면 알아서 움직일까요? 아닙니다. 이미 일본의 8050 현상이 말해 주었지요. 정서활력도가 바닥을 친 사람에게 지원이 끊어지면 일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자살로 이어진다는 것을요. 이것은 다음 세대의 가장 주요한 근로자, 즉 다음 10년의 세금을 내는 세대들이 증발하는 겁니다. 결국 그렇게 줄고 줄어든 국비는 노인예산 삭감으로도 이어질 수 있지요. 즉, 지금 우리의 세금이 청년을 위한 공공서비스로 가 닿는 것은 ‘멀쩡한 젊은 녀석들에게 피 같은 돈을 퍼주는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청년 정책은 ‘그들만을 위한’ 정책이 아닌, 우리가 일하지 않는 연배가 되었을 때 우리의 사회적 안전망을 유지하는 ‘기성세대의 미래를 위한 정책’이자, ‘모두를 위한 정책’이기도 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