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다시 돌아갈 내 자리가 있을까. 그러면서도 내가 엄마인데 이런 생각을 해도 되나 싶기도 했죠."
배우 박하선(33)은 동료 류수영과 사이에서 세 살배기 딸을 둔 워킹맘이다. 열애설이 난 후 2년, 출산과 육아로 2년 총 4년의 경력 단절을 겪었다. 2005년 데뷔 이래 처음 갖게 된 공백기에 대한 불안은, 결과적으론 기우로 판명났다. 지난달 막 내린 tvN '산후조리원'과 카카오TV '며느라기'에서 각각 엄마와 며느리 역할로 분한 그는 배우 인생에서 최고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7일 서면으로 만난 박하선은 "너무 공감을 하고 작품에 임했기에 할 수 있는 최상의 연기를 선보일 수 있었다"면서 "'산후조리원'은 많은 사람들에게 '박하선이 이런 연기도 할 수 있구나, 다양한 잠재력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심어준 고마운 작품이고, 연기의 지평을 넓혀 준 작품"라고 밝혔다. 출산 후 복귀작(2019년 채널A '평일 오후 세 시의 연인')이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었다면 '산후조리원'은 터닝포인트였다는 게 그의 얘기다.
'산후조리원'의 흥행은 어쩌면 필연이었다. 그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산후 세계를 본격적으로 다루면서 특히 여성 시청자층의 '격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극도로 사실적이란 반응도 잇따랐다. "출산을 하면서 느낀 울분을 담은 이야기(김지수 작가)"에다 현실에서 길어올린 박하선의 연기가 더해진 덕분이다.
"작품 속 조리원 멤버 중 출산 경험이 있는 배우는 저와 열무엄마뿐이었어요. 그래서 다른 배우들에게 아이 호흡법이나 모유 수유법 등에 관해 조언도 많이 해줬죠." 출산 이후 유지 중인 '조동(조리원 동기) 모임'에서도 영감을 얻었다. "조동 모임에 시크하게 책을 추천해 주는 등 굉장히 프로페셔널한 분과 둘째맘이라 항상 여유있는 분이 계세요. 이 두 명의 모습을 섞어서 캐릭터를 구축했죠. 이분들과는 전우애 같은 게 있고, 실제로도 굉장히 힘이 돼요."
산후조리원이라는 특수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엄마들의 성장과 연대를 다룬 이 작품은 재미와 감동에다 위로까지 건네면서 호평 받았다. 무엇보다 '출산은 아름다운 것', '모성은 아이만 낳으면 당연히 생기는 것'이란 환상을 깨부쉈다. 박하선은 "제 배 속에서 나온 아기를 마주한 첫 느낌은 '아, 우리 애네'였다"거나 "산후조리원 수유실에 들어갔을 때 모르는 사람들이 가슴을 내보이고 교류한다는 게 당황스러워 눈을 어디에다 둬야할지 모르겠더라"는 경험담을 털어놨다.
"임신과 출산, 육아에 관해 이렇게 말해주는 드라마가 그 동안 없었잖아요. 이런 힘든 부분들을 '알고도 결혼할 것인가, 애를 낳을 것인가' 생각하게 해주는 작품이죠. 개인적으로는 결혼은 해야만 하는 것인 줄 알았고, 애는 낳아야만 하는 것인 줄 알고 살아왔는데 그건 개인의 선택이란 생각이 들어요. 누구도 강요해선 안 되는 거죠."
그는 "'제일 중요한 건 결국 나예요'라는 마지막회 은정의 대사가 마음에 가장 와닿았다"며 "무조건적인 희생만이 정답이 아니고, 엄마이기 전에 내 행복을 잃지 말라는 게 이 작품의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일찍 결혼, 출산 경험을 한 배우로서 이 분야의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중"이라는 그는 매회 100만 뷰를 돌파하고 있는 화제작 '며느라기'에서 'K며느리' 민사린으로 출연 중이다. "아이를 잘 키우는 건 인간 박하선으로서 목표고요. 배우로서는 계속 쉬지 않고 좋은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해요. 시대가 글로벌해지면서 해외 진출에 대한 꿈도 꾸고 있어요. 좀 더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혀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