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이전까지… 세종시 '블랙홀'에 충청권 거센 반발

입력
2020.12.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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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이주 37만 중 충청권 22만
대전서는 매달 1000명 이상 전입
중기부 이전 공식화에 대전시 반발
"수도권 유입은 미미 균형발전 역행"


세종시가 인근 지방자치단체의 인구와 자원을 빨아들이는 이른바 ‘블랙홀 효과’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지역에서 세종시로 넘어온 인구 10명 가운데 6명은 충청지역 출신이고, 각종 기관·단체까지 세종으로 몰리면서 인근 지자체들은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세종시가 최근 발간한 세종통계월보 11월호를 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지역인구는 지난해 말보다 2.9% 증가한 35만6,302명으로 집계됐다. 세종시가 출범한 2012년 7월 10만751명보다 무려 3.5배 증가한 수치다.

세종시 인구의 가파른 증가는 인근 대전과 충남, 충북 인구를 끌어들이는 이른바 ‘빨대 효과’의 영향이 컸다. 올해 1~9월 세종시 전입인구는 총 5만2,678명이다. 이 가운데 시내 이동을 제외한 타 지역 전입인구(3만3,693명)를 출신 지역별로 보면 대전이 1만503명으로 가장 많았다. 충북과 충남까지 합한 충청권 전입인구는 1만8,475명으로 전체의 54.8%나 됐다. 반면,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전입인구는 8,926명(26.5%)에 그쳤다.

세종시가 출범한 2012년 7월 이후 지난해 말까지 타 지역에서 세종시로 이주한 인구 37만4,578명을 기준으로 보면, 충청권이 22만817명으로 59%에 달했다. 같은 기간 수도권 전입인구는 10만4,172명(27.8%)으로 충청권 전입인구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처럼 세종시가 수도권이 아닌 충청권 인구와 자원을 끌어들이면서 당초 출범 취지인 국가균형발전에 역행하고, 충청권의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시 빨대효과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지역은 대전이다. 대전에선 매월 1,000명이 이상 세종으로 이동하면서 2018년 ‘150만 도시’가 무너졌고, 올 10월 기준 인구가 147만명 이하로 줄었다. 여기에 타이어뱅크 등 지역 기업과 국민연금공단 지역본부 등 공공기관들도 줄줄이 세종으로 옮겨갔다.

최근에는 정부대전청사에 있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세종 이전 추진을 공식화해 대전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허태정 대전시장과 권중순 대전시의회 의장, 박영순 민주당대전시당위원장, 5개 구청장, 시민사회단체장 등은 지난달 30일 정부세종2청사(행정안전부) 본관 앞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천막 농성에 들어갔다.

대전 시민단체 관계자는 "사람들은 물론, 각종 기관과 단체까지 세종으로 옮겨가면서 지역의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벤처기업부까지 세종으로 이전하는 것은 성난 민심에 기름을 끼얹는 것"이라며 "중기부의 이전 방침이 철회될 때까지 지역사회가 똘똘 뭉쳐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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