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북핵 협상 관리로서 사실상 마지막 방한 길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미 행정부가 교체되는 과도기에서 한반도 지역 군사적 긴장감을 관리하는 한편 2년 넘게 한반도 정책에 관여해온 그의 개인적 소회도 밝히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4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비건 특별대표가 8일 서울에 도착해 수일 간 머무를 것"이라고 밝혔다. 방한 기간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 정부 인사를 만나는 한편 별도의 연설 계획도 짜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특별대표의 이번 방한은 애매한 시기에 놓였다. 내달 출범하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내놓을 대북정책이 향후 북핵협상에 최대 변수로 떠오른 시점에서 '트럼프 행정부 사람'인 비건 대표의 방한이 갖는 외교적 무게감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또 이번 방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상 그의 마지막 공식 방한이란 점에서 "당장 대화에 나서라"라고 촉구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단, 그가 이번 방한에서 내놓을 대북 메시지까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란 지적도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5일 "트럼프 행정부와 김정은 정권 간 협상 재개 기대감이 사라진 시점에서 굳이 한국을 찾는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면서 "미 행정부가 바뀌는 과도기에 북한이 전략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염두에 둔 측면이 짙다"고 평가했다.
곧 대북 업무에서 나갈 참이긴 하지만, 한반도 지역 긴장감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대북 메시지를 이번 방한에서 충분히 발신할 것이란 뜻이다. 북한이 혹시나 도발에 나설까 우려하는 우리 외교 당국 역시 비건 특별대표 측에 비슷한 주문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특별대표는 북미 싱가포르 합의 직후인 2018년 8월 대북특별대표로 임명된 뒤 2년 4개월 간 대북정책을 총괄해왔다. 2019년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 협상 결렬 이후 협상이 재개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평소 자주 토로해왔다고 한다. 마지막 방한에선 그간 마음에 품고 있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도 털어놓을지 주목된다.
한편 한미는 7일쯤 비건 대표의 방한 일정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