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전 ‘자녀 사면’ 카드 꺼낸 트럼프… ‘셀프사면’도 가능할까?

입력
2020.12.03 18:1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퇴임 전 가족과 측근뿐 아니라 본인까지 스스로 '셀프 사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 방송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헌법으로 보장된 미국 대통령의 사면 권한은 막강하다. 미국 헌법은 대통령의 사면권에 제한을 거의 두지 않고 있는데다, 일단 사면하면 후임자가 되돌릴 수도 없다. 정치적 부담이 있긴 하지만 이를 감수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세 자녀와 측근을 얼마 남지 않은 임기 안에 미리 사면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럼프 재단 운영을 맡고 있는 장ㆍ차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에릭 트럼프와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 고문, 사위 제러드 쿠슈너 선임고문에게 선제적 사면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이 기소나 유죄 판결 전 타인을 선제적으로 사면을 하는 것이 드물긴 하지만 선례는 있다. 1974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하자, 후임자인 제럴드 포드 대통령은 ‘닉슨이 대통령으로서 한 모든 행위’를 사면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 역시 2000년 물러나면서 이복 동생인 로저 클린턴을 사면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 자신을 ‘셀프 사면’할 수 있는지는 의견이 엇갈린다. 미 법무부는 닉슨 대통령이 물러나기 직전에 작성한 짧은 보고서 중 ‘누구도 자신의 사례를 판단하면 안 된다’는 오랜 법률 원칙에 근거해 “대통령은 자신을 사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조너선 털리 조지워싱턴대 로스쿨 교수는 “(보고서에는) 사면의 대상이 누구인지에 관해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며 “대통령은 모든 연방 범죄를 사면할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앨런 더쇼위츠 하버드대 교수는 2018년 기고문에서 “아무도 (답을) 모르고, 아마 결국 명확한 답을 알지 못할 것”라고 말했다. 결국 셀프 사면 여부는 트럼프 대통령 퇴임 후 법무부가 기소해 법원으로 사건이 넘어올 경우에나 결론 내릴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편 이날 이방카 선임 고문은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당시 트럼프 사업체로 100만달러(약 10억9,000만원)의 자금이 부당하게 흘러갔다는 혐의 관련 진술을 워싱턴DC 검찰에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올 초 칼 러신 워싱턴DC 법무장관은 트럼프 가족 사업체인 ‘트럼프 오거니제이션’과 취임식준비위원회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하고 자금 반환을 요구했다. 트럼프 오거니제이션 관계자는 당시 이방카가 “당사자들을 연결해주고 호텔이 공정한 요금을 부과하도록 알려줬을 뿐”이라며 부인했고, 검찰은 관련 증인 진술을 받고 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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