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의혹’ 산업부 공무원 3명 영장 심사… 윤석열 복귀 후 첫 시험대

입력
2020.12.03 19:00
4면
직무 복귀 이튿날 영장청구 승인... 지휘권 행사
영장심사 결과, '尹 징계위'에도 간접적 영향 줄듯
기각땐 "정치적 수사" 비판... 발부땐 "정당성 인정"

추미애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직무배제 명령을 받았다가 법원 결정으로 다시 직무를 수행 중인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업무 복귀 이후 첫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윤 총장이 수사지휘권을 회복한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의 핵심 피의자들 3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리기 때문이다.

특히 당초 같은 날 예정됐던 윤 총장 징계위원회가 오는 10일로 연기된 가운데, 이번 영장심사 결과가 징계위 결정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실상 청와대를 겨냥한 이 사건 특성상, 직무배제 전까지 주요 국면마다 윤 총장이 지휘권을 행사했던 데다 실제로 업무에 복귀하자마자 ‘승인’을 내린 사안도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 구속영장 청구’인 탓이다. 법원 판단이 윤 총장의 향후 입지에도 적잖은 여파를 미칠 것이라는 얘기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월성 원전 관련 자료를 대거 삭제한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산업부 국ㆍ과장급 공무원 3명의 영장심사는 4일 오후 2시30분 대전지법에서 열린다. 대전지검은 애초 지난달 중순쯤 이들의 구속영장 청구 의견을 대검에 보고했다. 윤 총장은 그러나 ‘보완 수사’를 지시했고, 이에 따라 대전지검은 지난달 24일 최종 보고서를 냈다. 그런데 당일 오후 6시, 윤 총장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검찰 수사도 답보 상태에 빠졌다. 윤 총장의 복귀 이후에야,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한 셈이다.

영장심사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는 검찰 수사가 결국 청와대로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이 사건 핵심 의혹은 ‘월성 1호기 폐쇄’라는 청와대 뜻을 따르기 위해 경제성 평가 자료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도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여권이 “검찰의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윤 총장에게 집중포화를 쏟아냈던 이유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윤 총장의 6가지 징계 사유와 아무 관계가 없다는 점에서, 이 사건을 그의 징계 문제와 직접 연결짓는 건 무리다. 그러나 검찰이 지난달 초 강제수사에 나서자 윤 총장 감찰이 본격화했다는 사실에 비춰, 법무부에 ‘수사 저지’ 목적이 있었다는 분석에 설득력이 없지도 않다. 대검 검찰미래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양홍석 변호사는 “윤 총장 직무배제 일주일 전 수사팀이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대검에 보고한 걸 생각하면, 보기에 따라선 양자 간 연관성이 있다는 의심에 아예 근거가 없지도 않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번 영장심사 결과는 정치적 논란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3명의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될 경우, 여권은 ‘무리한 정치수사’라며 윤 총장에 대한 공세의 수위를 높일 게 뻔하다. 징계위 결정에 ‘간접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추 장관으로선 한결 부담을 던 채 윤 총장 해임 등 중징계를 밀어붙일 ‘보이지 않는’ 발판으로 삼을 것이라는 뜻이다.

반면, 일부라도 발부되면 윤 총장에겐 ‘역공’을 취할 절호의 기회다. 수사의 정당성은 물론, 검찰총장으로서의 지휘권을 제대로 행사했다고 인정받을 수 있다. 징계위의 부담도 자연스레 커진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출신인 김종민 변호사는 “윤 총장 직무배제 이전, 사분오열했던 검사들이 추 장관에 대한 집단반발로 각성 국면에 들어선 상태”라며 “업무에 복귀한 윤 총장이 직접 챙기고 있는 만큼, 수사팀도 만전을 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