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한 고교 행정실장이 담배를 피우다가 걸린 학생들에게 담배를 뭉텅이로 피우게 하고 폭행하는 등 학대행위로 교육당국의 조사를 받게 되자, 담임 교사들이 해당 행정실장을 선처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와 호소문을 대필해 피해 학생들에게 건넨 뒤 베껴 쓰도록 종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피해 학생 측으로부터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행정실장의 아동학대뿐만 아니라 교사들의 강요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에 나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은 지난달 16일 K고교 행정실장 A씨가 교내에서 흡연을 한 학생들을 죽도로 폭행하는 등 과잉 체벌했다는 제보를 받았다. 곧바로 피해 조사에 착수한 시교육청이 피해 학생들에게서 들은 A씨의 체벌 행태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A씨는 지난 6월 11일 오전 교내에서 담배를 피운 3학년 학생 5명을 행정실 앞으로 불러세운 뒤 죽도로 가슴을 찌르거나 허벅지 등을 폭행하고 욕설을 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일부 학생들에게 담배 5, 6개비를 뭉텅이째 입에 물린 뒤 강제로 다 피우도록 했다.
A씨는 지난 8월에도 자신이 체벌했던 5명 중 2명이 또다시 흡연으로 적발되자 이들에게 담배를 코에 꽂아 피우도록 했다. 그러면서 A씨는 "다음에 또 담배를 피우다 걸리면 똥구멍으로 피우게 한다"고 폭언을 했다. 일부 피해 학생들은 피해 조사 과정에서 "당시 담배를 뭉텅이로 피우고 나서 목이 따끔거리며 아팠다", "코로 담배를 피운 뒤 코털에서 타는 냄새가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자 학교 측은 피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A씨를 선처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와 호소문을 써줄 것을 종용했다. 실제 피해 학생들의 담임 교사들은 지난달 20~21일 자필로 쓴 탄원서를 학생들에게 건넨 뒤 그대로 베껴 쓰게 했다. 또 학생들에게 워드 작업으로 A4 용지에 인쇄된 호소문을 보여주고 베껴 쓰도록 했다. 탄원서 등엔 "A씨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지만, 이 탄원서 등이 시교육청에 제출되지는 않았다. A씨는 이 학교법인 이사장의 친조카사위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한 피해 학생은 담임 교사가 탄원서 등을 가져와서는 그대로 쓰라고 했는데, 당시 탄원서를 쓰기 싫었지만 분위기상 쓸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지난달 27일 이번 사건 관련자들을 경찰에 수사 의뢰하면서 담임 교사들을 제외해 사건 축소 의혹을 사고 있다. 더구나 시교육청이 A씨와 학교장에 대해 범죄가 있다고 사료되는데도 형사소송법상 고발이 아닌 제보 수준의 수사의뢰를 한 것도 석연찮다. 이 때문에 경찰은 최근 피해 학생으로부터 선처 탄원서 작성 강요와 관련해 피해 진술을 확보하고 교사들에 대해선 인지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또 피해 학생들이 당초 시교육청 조사에서 "A씨가 성관계를 해봤냐고 묻거나 신체 특정 부위를 만지기도 했다"는 진술을 했다가 돌연 이를 번복했다는 시교육청의 피해 조사 내용을 확보, 학교 측의 회유가 있었는지도 들여다 볼 계획이다. 시교육청은 A씨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지난달 23일 전수조사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학교 측이 같은 달 26일부터 예정됐던 원격수업을 23일로 앞당기는 바람에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