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른바 ‘백신 최고회의’를 다음 주 개최한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생명공학기업 바이오엔테크, 미국 생명공학기업 모더나가 잇따라 미 식품의약국(FDA)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백신 긴급 사용 승인을 요청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마지막 치적으로 조속한 백신 상용화에 사활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오는 8일(현지시간) 회의를 열겠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백신 개발사인 화이자와 모더나 경영진, 약국 체인 월그린과 운송 전문기업 UPS, 페덱스 등의 경영진을 초청했다고 1일 미국 의약 전문 매체 스탯이 보도했다.
우선 회의 소집 날짜에 관심이 쏠린다. 회의가 열리는 8일은 10일로 예정된 FDA의 화이자 백신 긴급사용 승인 결정 이틀 전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화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사용 승인을 압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스탯은 “트럼프 대통령 재임 중 백신 개발ㆍ승인이 이뤄졌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번 회의 소집을 해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들도 이번 행사에 대해 “백신의 신속한 사용 승인을 위해 FDA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스탯에 말했다. FDA는 10일과 17일 자문위원회를 열고 각각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 긴급사용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FDA가 긴급사용을 승인하면 백신은 곧바로 배포될 계획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퇴임 전에 코로나19 백신 승인을 밀어붙이려는 정황은 곳곳에서 포착돼 왔다. 브라이언 모겐스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대통령은 연방기구 책임자와 주정부, 민간 기업, 군, 과학계까지 망라한 인사와 광범위하게 토론하고 싶어 한다”며 “이후 FDA가 백신을 승인하면 24시간 이내에 미국의 모든 가정에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도 1일 스티브 한 FDA 국장을 백악관으로 소환해 왜 FDA가 화이자 백신 승인을 서두르지 않느냐고 추궁했다고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난달 29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던 코로나19 백신을 만들어 냈다”고 자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백악관의 회의 참석 초청에 탐탁찮은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안이 ‘정치적’이라는 이유다. 스탯은 익명을 요구한 몇몇 기업 대표들이 정치적 행사에 참석하라는 백악관의 압력에 짜증을 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퇴임이 6주 앞으로 다가온 데다, 정작 본격적인 백신 유통은 조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한 1월 20일 이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