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후 7시쯤 부산 도시철도 지하 승강장. 회사원 김모(47)씨는 휴대전화로 웹툰을 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김씨가 보고 있던 웹툰은 지난달 27일 개막해 온라인으로 열린 ‘부산웹툰페스티벌’ 홈페이지가 제공하고 있는 웹툰 중 하나였다. 부산으로 수학여행을 온 여고생의 주위를 떠도는 정령 이야기로 일본 작가가 만든 것이었다. 김씨는 “시간이 없어 페스티벌 기간엔 볼 수 없었지만, 온라인 상으론 지금도 웹툰을 그대로 볼 수 있어 출퇴근 시간이 지루하지 않다”고 말했다.
부산에 ‘웹툰’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보폭을 넓혀 가고 있다. 일상 속에서 즐기는 수단이 되는가 하면, 친숙한 공간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교육과 취업, 산업 분야 등으로 범위를 넓혀 나가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일까지 열린 '부산웹툰페스티벌'은 개막 후 며칠 만에 최신 웹툰 등을 보기 위해 유튜브로만 몰린 조회 수가 2만회를 넘어서는 등 많은 관심을 받았다. 또 취미로 자신의 일상을 웹툰으로 표현하고 싶어하는 일반인들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페스티벌 관계자는 “젊은 층만 관심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연령과 성별을 불문하고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웹툰에 대한 관심이 보편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웹툰과 결합한 공간도 잇따라 만들어지고 있다. 웹툰 페스티벌의 기념전시가 열리고 있는 부산 도시철도 3호선 미남역의 웹툰 거리는 지난달 말 새 단장을 했다. 2017년 부산교통공사와 부산정보산업진흥원, 부산경남 만화연대가 부산 지역 웹툰 활성화를 위해 만든 곳이다. 기존 웹툰을 정비하고, 지역 웹툰 작가의 신규 연재작품으로 새롭게 단장한 것이다. 이종국 부산교통공사 사장은 “미남역 웹툰거리는 역사 이동통로 등을 활용해 일상에서 문화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어 낸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동구는 지난달 29일 성북시장 인근에서 ‘웹툰이바구길’ 조성 마무리 행사를 가졌다. 2016년부터 범일ㆍ좌천동 산복도로의 성북시장 일대 거리를 만화벽화, 만화간판 등으로 꾸민 데다 최근 만화체험관과 만화 캐릭터 쉼터, 부산항 조망 전망대 등 관광ㆍ편의시설까지 확충한 것이다.
교육과 산업으로도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은 지난해부터 창작자 양성과 웹툰 문화 확산을 위한 ‘부산 웹툰캠퍼스’를 통해 웹툰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도 일반인 프로그램과 예비 창작자를 위한 전문 교육 과정에 모두 60여 명이 참여했다.
이경은 부산정보산업진흥원 콘텐츠사업부 선임은 “일반 교육 참여자 중에는 40대 이상도 있고, 청소년들도 있을 정도로 웹툰에 관심이 있는 연령층의 폭이 넓다”면서 “전문 교육 과정 참여자 중에는 취업과 웹툰 작가로 등장하는 경우도 적잖다”고 말했다. 웹툰을 취업과 관련 산업으로 연계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웹툰을 접목시켜 열쇠 고리를 만드는 등 부가가치가 있는 상품 생산을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영산대는 지난달 13일 현역 유명 웹툰 작가들을 강연자로 초청한 세미나를 개최한 데 이어 같은 달 20일 ‘웹툰과 인문학의 만남’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잇따라 마련,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부산시의 경우 지난 10월 웹툰을 비롯한 게임콘텐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159억원 규모의 ‘라구나-다이나믹 게임&콘텐츠 펀드’를 결성했다. 부산시는 앞으로 7년 동안 창업 초기 게임콘텐츠 기업을 집중적으로 키우고 웹툰과 애니메이션 제작, 공연 등 다양한 콘텐츠 분야 초기 제작에도 투자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