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의원들로부터 철저한 외면을 당했다.
이 장관은 2일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 법률안’에 대한 안건심사가 진행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했다. 회의장으로 입장하던 이 장관의 귀에는 “장관은 참석하지 않기로 한거 아니냐”는 야당 의원들의 고함이 들렸다. 이후 이 장관은 의원들로부터의 단 한 차례도 질의를 받지 못하는 등 회의 내내 ‘유령 장관’ 취급을 받았다. 통상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되고 나면 해당 부처 국무위원의 인사말 정도가 이어져 왔으나 이날은 그마저도 생략됐다.
이날 초유의 '식물 장관' 사태는 여야 합의에 의한 것이다. 이 장관이 사퇴하지 않는한 회의 불참을 선언해 온 국민의힘 의원들이 질의 답변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장관 출석을 요구했고 여당이 합의했기 때문이다. 산회 후에도 이 장관이 국민의힘 의원석으로 다가가 인사를 나누려 했지만 의원들은 외면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장을 떠났다.
이날의 굴욕은 지난 달 5일 국회 예결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한 이 장관의 발언과 관련이 있었다. 당시 “박원순, 오거돈 등 전직 시장의 성범죄로 838억원의 선거 비용이 들어가는데, 여성 또는 피해자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나”라는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국민 전체가 성인지 감수성을 집단 학습할 수 있는 기회”라고 발언해 논란을 빚은 것이다. 이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야당 위원들이 이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한편 예산심의마저 거부하는 등 파행이 일었다.
여가위 야당 간사를 맡은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전체회의 시작에 앞서 "장관이 계속 버틴다고 산적한 법안을 외면할 수 없다. 여야 합의로 이정옥 장관의 발언을 제한한 채 진행하도록 하겠다"며 "국회에 출석해 발언하지 못하는 초유의 상황"이라며 "장관은 얼마나 무거운 자리에 있는지 어떤 역할을 해 왔는지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결국 의원들로부터 질문을 받지 못한 이 장관은 한마디 답변도 하지 못한 채 회의장을 떠나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