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뉴딜의 핵심인 디지털 뉴딜에 2025년까지 총 60조원 가까이 투입된다. 유례없는 과감한 재정 지출이다. 디지털 뉴딜은 디지털 인프라를 튼튼히 구축하여 국가 사회의 디지털 전환을 전면화, 가속화하자는 것이다.
정부 힘만으로는 목표를 결코 달성할 수 없다. 정부가 마중물을 붓고 민간이 호응해줘야 성공한다. 투자확대, 인력고용, 기술개발과 시장개척의 주체는 여전히 민간이다. 디지털 뉴딜 책임수행기관의 책임자로서 시장 반응을 항상 주목하게 되는데 놀랍게도 짧은 기간에 곳곳에서 가시적이고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
디지털 뉴딜의 시그니처 사업은 데이터댐 사업이다. 그중에서도 예산 규모가 가장 큰 AI학습용 데이터 사업에 1,950개의 기업과 기관이 참여했으며 특히 SW기업들이 AI데이터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크라우드 소싱 기반 데이터 가공기업은 1년 사이에 10여개에서 200개 가까이로 늘어났다. 더 의미있는 변화는 제조나 의료, 농축수산 등 전통산업 분야에서 고유의 AI 모델 개발을 위해 데이터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병원의 자세 전환도 놀랍다. 국내 주요 대형병원 모두 AI 데이터 사업에 참여했다. 정부가 판을 깔아주자, 그동안 반신반의하던 병원들이 본격적으로 보유 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유 AI 모델 개발에 나서고 있다. 데이터댐 사업은 의료기관 AI 진출의 전환점이 되고 있다. 의사의 전문지식, 병원의 보유 데이터, 스타트업의 기술이 3박자를 이뤄 세계적 의료 AI 생태계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한 기업용 SW기업은 매출채권 팩토링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회사는 중소 고객기업의 재무, 판매, 회계 데이터를 바탕으로 은행보다도 정확하게 신용평가를 내릴 수 있다고 자신한다.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든 좋은 사례다.
공공부문의 약 18만대 정보시스템을 민간과 공공의 클라우드로 전면 전환하는 사업도 진행중이다. 이를 위해 1,200개 기관 정보시스템에 대한 전수조사도 마쳤다. 60% 이상의 시스템이 민간 클라우드를 이용할 전망이다.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은 공공 영역 투자를 늘리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카카오는 이미 4,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세계 최고 수준의 클라우드 센터를 짓기로 했다. 또 학교 무선망 확대와 5G 국가망 도입으로 국내 와이파이 장비 제조업체, 유선 네트워크 장비업체들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처칠은 '좋은 위기를 절대 허비하지 말라'고 했다. IMF 외환 위기가 경제 체질을 바꾸는 위장된 축복이었던 것처럼, 디지털 뉴딜을 통해 코로나 위기를 좋은 위기로 만들 수 있다. 이제 국가사회의 디지털 대전환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