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특수학교서 장애학생 쓰러져 의식불명… '학대' vs '단순사고'

입력
2020.12.02 15:11
장애인 단체 2일 학교앞서 규탄기자회견
학부모 “머리  찢어지고 매트에 멍석말이"
학교 측 "신발 신다 넘어진 단순사고, 학생 평소 폭력성향 말리려 잠시 눕게 한 것 "


경북 구미의 한 사립 특수학교 학생이 폭행과 학대를 당해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학교 측은 단순사고라는 입장이다.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와 이 학교 고3 과정인 A 군 학부모는 2일 특수학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차별연대 측에 따르면 발달장애인인 A 군은 지난달 18일 오후 1시30분쯤 학교에서 머리를 다쳐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후송됐다.

A 군 아버지는 “사고 직후 머리 뒤통수에 5㎝ 가량 찢어진 상처가 있고, 왼쪽 귀 뒷부분에 피멍이 들어 있었으며, 끈으로 다리를 강하게 묶은 흔적이 있었다"며 "사고로 다친 것으로는 볼 수 없었다"며 학대 의혹을 제기했다.

또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는 쌍둥이 동생이 이날 오전과 오후 두 차례 형이 매트에 둘둘 말려 있는 걸 봤다고 해 더욱 더 가슴이 찢어진다"며 "누가 봐도 폭행과 학대가 의심되는데도 불구하고, 학교 측은 사고 2주가 지나도록 납득할 만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이해하기 힘든 해명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A군이 하교 시간 신발을 신다 넘어져서 다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학교 관계자는 “하교 시간 신발을 신다 넘어져 다쳐 매트에 쓰러지는 과정에서 호흡 곤란으로 병원에 옮긴 것”이라며 “끈으로 묶었다는 다리 흔적도 당시 119 구급대가 A군의 혈관을 찾기 위해 묶은 고무줄 자국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A 군이 평소에도 폭력적인 성향이 있어 이를 말리다 매트에 두 차례 누운 적이 있어 매트를 덮었을 뿐, 말았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교사가 잘못이 있으면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겠지만, 억울한 일을 당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에 따르면 A 군이 쓰러진 현장에는 담임 교사와 사회복무요원 1명, 같은 반 중증학생 3명 등 5명이 있었고, 교실에는 폐쇄회로(CC)TV가 없다.

A군 반 학생수는 7명이지만 병원 후송 당일 오후 1시10분부터 시작된 5교시 수업에서 경증학생 3명은 기악 합주를 위해 다른 교실로 갔고, A 군을 포함한 중증학생 4명은 교실에 남아 수업했다.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는 이날 “명백한 진상규명과 학교 측의 사건 축소·은폐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고, 통제와 훈육을 이유로 장애인 학생의 존엄을 짓밟히는 일이 없도록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구미경찰서 관계자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박용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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